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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치는 전쟁, 재난 등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제품 계약 이행이 어려울 때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하거나 이행을 연기·중단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국내 3대 석화 산단 중 최대인 여수 내에서도 단일 공장 규모로 가장 큰 생산시설인 여천NCC(연간 229만t 생산)를 시작으로, 나머지 석화단지도 도미노처럼 공급 불가 선언이 나올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번질 기미가 보이자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생산하는 석화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에틸렌 생산을 위해선 원료인 나프타가 필요한데 국내에 공급되는 나프타는 절반이 수입되고. 나머지 절반은 국내에서 원유를 정제해 직접 생산한다. 문제는 한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약 70% 중 상당수가 전쟁 영향으로 전면 봉쇄를 앞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는 점이다. 수입하는 나프타 54%비중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프타 가격은 전쟁 발발 이후 한주 새 25%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원유 비축분이 있다지만 에너지 업체에 우선적으로 공급되고, 나프타 자체도 1개월 정도의 비축분이 일부 업체에 있다지만 금방 동날 가능성이 높다”며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수요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공장 가동이 멈춰서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침체로 악화일로를 걷는 석화업체 입장에선 이번 중동 사태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과거 호황기인 2021년 국내 3대 석화 산단의 NCC 공장 평균 가동률은 90%를 상회했지만 지난해 말엔 약 82%대로 뚝 떨어졌다. 현재는 70~75%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고정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설비를 돌리고 있지만 가동할수록 적자가 발생하는 사면초가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석화업계 설비통합과 고부가 사업 구조 전환이 더욱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미 국제 유가가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상황이기 때문에 범용제품 비중이 높거나 가동률이 낮은 설비부터 구조조정 압박이 더욱 커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가 상승분을 바로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동안 버티던 기업들도 이젠 구조재편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공장 설비 감축을 넘어 통합 공정을 위해선 자산 재평가나 지분 작업 등 복잡한 과정이 남아 있어서 최종 사업 재편안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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