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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더운 날씨였지만, 분향소 옆 천막 한구석에는 담요와 난로, 선풍기가 한데 모여 있었다. 지난 1월부터 설치된 분향소에서 추운 겨울을 나고 이제는 무더운 여름까지 맞이하게 된 피해·유가족들의 처지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이들은 1월부터 당직 순번을 정해 각 지방에서 올라와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코백회는 작년 5월 4일 네이버 밴드 ‘백신 피해자 모임’에서 비롯됐다. 보건 필수 인력으로 근무하던 20대 아들이 백신 접종을 맞고 10일 만에 사지가 마비돼 돌아온 모습을 본 김두경 코백회 대표는 “아빠가 정부한테 사과를 받아올게”란 한마디와 함께 생업을 접고 거리로 나왔다. 이후 전국 각지에서 백신 피해자들이 모였다. 그렇게 모인 피해자·유가족들은 800여명 가까이 됐다.
전날 문재인 전 대통령의 퇴임을 지켜본 코백회 회원들은 한목소리로 울분을 터뜨렸다. 모더나 1차 백신접종을 맞고 10일 만에 20대 딸을 떠나 보낸 이남훈씨는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사과 한마디도 없이 떠났다”며 “K-방역이 성공했다고 마지막까지 자화자찬하는데 자식을 잃은 부모 입장으로선 피눈물이 난다”고 했다. 이들은 문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지난 6일 31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기도 했다.
피해자·유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정부의 사과다. 사과는 곧 백신 접종과 피해·사망간의 폭넓은 인과성을 정부가 인정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우리는 정부를 믿고 누구보다 먼저 백신 접종을 맞고 방역 정책에 동참한 사람들”이라며 “백신 접종과 사망 간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피해 보상은커녕 사과 한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으로 인한 피해와 고통을 오롯이 우리가 감당하고 있다”고 했다.
이제 피해·유가족들은 윤석열정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정책공약 1호로 ‘백신 국가책임제’를 발표한 바 있다. 다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백신 이상 반응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며 보상·지원을 확대하는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한 데엔 반발감을 보였다.
김두경 대표는 “접종과 사망 간 인과성을 인정해주지 않는데 보상금 높여봤자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인과성을 인정하는 문을 좁게 만들어 피해자들을 가둬놨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이곳 분향소를 찾아 국가가 모든 책임을 지고, 선 보상을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약속을 잘 지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관련 특별법을 제정해서 백신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함께 국가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