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의장, 선거구 획정안 직권상정해도 고민은 ‘여전’

선상원 기자I 2015.12.18 18:51:00

지역구 246석 비례 54석 획정안 상정시 농어촌지역 반대 거셀 듯
과반의석 가진 새누리당 태도도 변수, 부결 후 또 획정하는 것도 부담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여야 지도부 협상이 결렬되고 정의화 국회의장이 참정권 비상사태니 입법비상사태를 거론하면서 선거구 획정안에 대한 직권상장을 시사하면서 현행 기준대로 획정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정 의장은 16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서 ‘특단의 조치’에 대해 “제가 내린 결론은 여야가 합의하지는 않았지만 합의를 한 것에 준하는 내용이 아니면 (중재안을)낼 수 없다고 본다”며 “현행 지역구 246대 비례대표 54석은 지난 13년간 이어져 온 여야가 합의한 내용으로 결론은 그것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그동안 협상에서 농어촌지역 선거구 감소 최소화를 위해 비례대표를 7석 줄여 지역구를 7석 늘리기로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줄어드는 비례대표 의석만큼의 비례성 보완장치를 놓고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야당은 표의 등가성 제고와 사표 방지를 위해 이병석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 제안한 중재안인 균형의석제를 도입하자고 요구했으나 여당은 이를 거부했다.

비례성 보완장치 도입을 전제로 한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이 안된다면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방안은 현행 기준 밖에는 없다. 여야도 내년 총선을 현행 기준대로 치르는 데 동의한 상태다.

모든 선거구가 무효화되는 12월 31일까지 여야가 선거구 획정안을 합의하지 못하면 정 의장은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은 “12월 31일 자정을 중심으로 해서 하루 플러스·마이너스로 (직권상정)시점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획정안 제출받은 의장, 안행위에 회부… 논의 지지부진 하면 심사기일 지정 =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24조11항에 따라 제출된 선거구획정안을 정개특위나 안전행정위원회에 회부하고 위원회 의결을 거친 선거구법률안을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

24조11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시·도 관할구역안에서 인구·행정구역·지세·교통·기타조건을 고려한 기준에 따라 작성되고 재적위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 선거구획정안과 그 이유 및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기재한 보고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 의장은 이 규정에 따라 우선 선거구획정위에 현행 기준(의원정수 300명,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대로 선거구를 획정해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이 정해진 만큼 획정위는 헌법재판소 허용 인구편차 2:1과 인구·행정구역·지세 등의 기준을 고려해 선거구 획정안 작성을 일사천리로 끝낼 수 있다. 앞서 획정위는 지역구 의석을 246~249석에서 획정하는 것을 검토해왔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획정안을 제출받아도 심사는 해당 상임위인 안행위가 해야 한다. 안행위는 선거구획정안이 반영된 선거구법률안을 의결해 제안해야 하는데, 현행 기준대로 작성된 획정안에 불만을 가진 의원들이 이를 심사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또 여야간에 입장이 대립해 선거구법률안이 의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방법이 있긴 하다.

의장이 심사기일을 지정할 수 있다. 참정권 비상사태로 간주해 심사기일을 지정한 후 바로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선거법상 선거구법률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도 거치지 않는다.

국회 관계자는 “안행위서 결정돼서 (본회의로) 올라가면 그대로 가고 만약 안행위서 논의가 제대로 안되고 지지부진하면 심사기일을 지정하겠다는 거다. 선거구법률안은 수정안을 낼 수 없다. 그런데 표결해서 부결되면 새로운 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직권상정시 여당이 원하는 안 선택 가능해져”… 여야 합의 말고는 답이 없어 = 여야 양당의 농어촌지역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행사하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또 과반수 의석을 갖고 있는 새누리당이 반대할 수도 있다. 그동안 새누리당은 비례대표를 줄여 지역구를 늘리자고 주장해왔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6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농어촌지역구를 줄이는 것을 최소화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지역구를 7석 늘리고 비례대표를 7석 줄이는 안, 일명 253+47안을 가지고 합의하지 않았지만 양당이 이미 공감했다”고 밝혔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정개특위 연장을 양당에서 하지 않은 상황이 됐기 때문에 선거구 획정 관련 모든 것이 안행위로 넘어갔다. 안행위에 지금 법안을 올려야 된다. 어떠한 선거구 획정 관련법안을 안행위에 올릴 것인가. 안행위에 법안이 있어야지 직권상정 하시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정 의장이 현행 기준대로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선거구획정위가 여당만의 기준을 받아 선거구 획정안을 만들 수는 없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였던 김태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선거구 획정은 획정위 권한인데, 획정위도 안 거치고 자기네들이 하겠다는 것은 법령을 위반하겠다는 것으로 말도 안된다. 선거법에 보면 국회의원선거구구역표라는 별표가 있는데, 획정 하려면 숫자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경계조정이나 구역조정이나 다 세부적으로 해야 한다. 관련 법 무시하고 자기네들이 맘대로 국가운영하겠다는 것은 상식 밖 얘기”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현행 기준대로 획정한 선거구법률안이 부결되면 의장이 다시 획정위에 기준을 새롭게 설정해 획정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그 기준으로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이 거론된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17일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직권상정이 된다면 이것은 과반수 의석을 가지고 있는 여당의 안대로 될 수밖에 없다. 정부여당이 원하지 않는 것은 직권상정을 해도 부결시키면 된다. 그래서 여당이 원하는 안을 직권상정 안 중 하나만 고르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선거제도, 여야의 정치룰만큼은 객관성을 보장하고 합의에 의해 왔다는 국회의 마지막 의회주의 보루마저 깨지는 것”이라며 직권상정 철회를 요구했다.

정 의장측도 이같은 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관계자는 “현행 기준대로 하면 부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여야 합의 말고는 답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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