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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기였던 성악, 이제는 직업…한국 대표 바리톤 될 것"

장병호 기자I 2021.08.17 16:24:00

''카디프 콩쿠르'' 우승한 바리톤 김기훈
"꿈의 무대, 우승 향한 열망으로 도전"
내달 4일 예술의전당서 단독 리사이틀
"바리톤 하면 내 이름이 먼저 떠오르길"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성악계 대표 콩쿠르에서 2번 연속 2위를 해서 아쉬움이 있었어요. 프로게이머 홍진호 씨 생각도 났고요(웃음). 마지막으로 꿈의 대회였던 ‘카디프 콩쿠르’에 나가 우승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도전했습니다.”

바리톤 김기훈(29)은 17일 서울 강남구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적 권위의 성악 콩쿠르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이하 카디프 콩쿠르)에 도전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김기훈은 지난 6월 이 콩쿠르에서 아리아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바리톤 김기훈이 17일 서울 강남구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노래하고 있다. (사진=아트앤아티스트)
그는 “처음 성악을 시작했을 때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가 카디프 콩쿠르에서 경연하던 영상을 보며 ‘저 대단한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소원을 가졌다”며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보고 싶었기에 이번 콩쿠르 우승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카디프 콩쿠르는 1983년 웨일스 카디프의 세인트 데이비드 홀 개관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돼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콩쿠르다. 아리아 부문과 가곡 부문으로 나눠 진행한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 브린 터펠 등 세계적인 성악가를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김기훈은 한국인으로는 세 번째로 이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앞서 바리톤 노대산(1999년), 베이스 박종민(2015년)이 가곡 부문에서 우승했다. 아리아 부문에서 한국인 우승 기록은 김기훈이 처음이다.

사실 김기훈은 카디프 콩쿠르 이전에도 국내외 유수의 콩쿠르에서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 받아왔다. 2019년에는 차이콥스키 콩쿠르 남자성악 부문 2위, 오페랄리아 2위 및 청중상을 연이어 수상했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수상 이후엔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로부터 마린스키 극장 전속 성악가가 돼달라는 제안을 받았으나 해외 활동 계획으로 거절했다. 김기훈은 “직접 말하긴 부끄럽지만, 러시아 평론가와 음악 관계자들로부터 ‘세상을 떠난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를 대신할 성악가’라는 칭찬도 들었다”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바리톤 김기훈이 17일 서울 강남구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아트앤아티스트)
스스로 “전남 곡성에서 태어난 촌놈”이라고 밝힌 김기훈은 19세에 뒤늦게 성악을 시작했다. 교회 성가대 세미나에 온 강사 선생님으로부터 “성악가로 재능이 있다”는 말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 김기훈은 “그때만 해도 가요를 성악가처럼 부르는 것이 내 개인기였는데, 그게 직업이 될 줄은 몰랐다”며 환한 웃음으로 당시를 회상했다.

연세대 음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에는 독일 하노버 음대에서 석사과정을 밟았다.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오페랄리아 수상에 이어 카디프 콩쿠르까지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적인 성악가로 활동 기회를 넓혀가고 있다. 현재 독일 뮌헨 바이에른 극장과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오페라 ‘라 보엠’, 미국 샌디에이고 오페라 하우스에서 ‘코지 판 투테’ 등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오는 9월 4일에서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단독 리사이틀을 개최한다. 선배 성악가인 소프라노 서선영, 테너 강요셉이 스페셜 게스트로 출연하며, 지휘자 김덕기와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김기훈은 “소프라노라면 조수미 선배님이 떠오르듯, 바리톤이라면 내 이름이 떠오르는 그런 성악가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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