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우리銀, DLF 제재심서 치열한 공방…30일 결론 전망

이승현 기자I 2020.01.22 18:42:35

우리은행 대상 제재심 4시간 진행
통제부실 경영진 제재·감독책임자 여부 두고 다퉈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낸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2차 제재심의위원회가 22일 열렸다. 징계수위 등 최종 결론은 이달 30일 3차 제재심에서 나올 전망이다.

금감원은 이날 오후 2시부터 6시 20분까지 4시간 넘게 우리은행을 상대로 제재심을 진행했다. 앞서 지난 16일 1차 제재심에선 KEB하나은행에 대한 심의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이뤄져 우리은행 심의는 약 2시간 정도만 진행됐다.

금융정의연대와 DLF피해자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금융감독원의 1차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린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DLF 제재 관련 은행장 해임요청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6일 나온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이날도 직접 출석했다. 오후 12시 42분쯤 금감원에 도착한 손 회장은 방어전략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제재심이 열리는 11층으로 올라갔다. 손 회장은 제재심을 마치고 오후 6시 전에 금감원에서 나왔다.

제재심은 금감원 검사국과 제재 대상자가 각자 의견을 내는 대심제로 진행된다. 금융당국과 우리은행은 은행의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경영진에게 제재가 가능한 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손태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전 KEB하나은행장)에게 중징계인 ‘문책 경고’를 사전 통보했다. 금감원은 DLF 판매 담당 임원을 행위 책임자로, 최고경영자는 감독 책임자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금융회사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시행령에서는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돼 있어 내부통제 부실 사유로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경영진 제재를 위한 명확한 법적근거가 미약한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갖추도록 한 시행령 조항이 위반 시 경영진 제재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자가 DLF 상품 판매의 의사결정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도 적극 소명했다.

아울러 DLF 판매 행위자가 실무자급 인사인 만큼 최고경영자가 바로 감독 책임자가 되는 건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심 결과는 손 회장의 거취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손 회장은 지난해 말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단독 후보로 추천받아 사실상 연임이 결정됐다. 그러나 오는 3월 주주총회 전 현재의 문책경고가 확정되면 연임이 불가능해진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중징계가 확정되면 남은 기간 임기만 수행하고 연임은 제한되기 때문이다.

금융회사 임직원 제재는 경징계인 △주의 △주의적 경고와 중징계인 △문책경고 △직무정지(정직) △해임권고 등 5단계다. 은행으로선 현재의 징계 수준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이날 2차 제재심에선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대한 기관 및 경영진에 대한 제재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제재심 위원들은 두 은행에 대한 대심을 마친 만큼 제재수위를 정하는 심의를 한다. 최종 결과는 30일 3번째 제재심에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나눔활동’ 행사를 마친 후 DLF 제재심 결과가 이달 중 나올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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