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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바통 이은 배성범 "반칙범죄 엄단"…첫 타깃은 과연

박일경 기자I 2019.07.31 17:32:24

취임 일성부터 "공정경쟁 저해·반칙범죄에 역량 집중"
공정경쟁질서 확립 강조한 윤석열 총장 연장선상에
`윤석열 사단`과 특수통으로 중간간부진 집중 배치
대기업 담합·독점·하도급 갑질 등에 초점 맞춰질 듯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일경 이성기 기자] 전국 최대 검찰청 바통을 이어받은 배성범(57·사법연수원 23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31일 취임 일성으로 ‘반칙적 범죄 엄단’을 꺼내들었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당부할 말이 있다”는 말로 취임사를 시작한 배 지검장은 “정치·사회·경제적 권력을 부정하게 행사하거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범죄와 민생을 해하는 범죄에 눈감지 않는 검찰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윤석열(59·23기) 검찰총장이 내세운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윤 총장은 지난 25일 취임식에서 “권력기관의 선거개입, 불법자금 수수와 우월적 지위의 남용, 시장을 교란하는 반칙행위 등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정부 2기 검찰 조직 수장과 검찰 내 2인자로 통하는 중앙지검장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범죄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조만간 ‘적폐수사 2라운드’가 가시화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신임 중앙지검장 취임부터 ‘반칙범죄 엄단’…중간간부도 ‘尹 사단·특수통’ 전진 배치

다음달 6일자로 단행되는 고검 검사(차장·부장 검사) 인사 역시 대검찰청 참모진에 이어 특수통 검사들이 대거 전진 배치됐다. 국정농단 및 사법농단, 전직 대통령 사건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수사 및 공소유지 업무 연속성을 확보하고 안정적 마무리를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배 지검장은 “그동안 진행해 온 주요 현안 사건의 수사와 공판이 흔들림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우선 서울중앙지검 수사 지휘 일선의 1~3차장 모두 특수통으로 윤 총장과 손발을 맞췄던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차지했다. 1차장검사에는 신자용 법무부 검찰과장(47·28기), 2차장검사는 신봉수 특수1부장(49·29기), 3차장검사는 송경호 특수2부장(49·29기)이 맡게 됐다. 이미 수사를 마무리 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기소한 사건의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부정 혐의를 끝까지 규명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부장급에선 대법원 입찰비리를 수사했던 구상엽(45·30기 공정거래조사부장이 눈에 띈다. 전국 특수부 중 선임부서인 특수1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향후 불공정거래 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짐작케했다. 윤 총장이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온 직후 펼쳤던 첫 특별수사도 공정거래조세조사부의 ‘미스터피자 가맹점 갑질’ 수사였다.

이에 따라 법조계 안팎에선 배 지검장의 첫 타깃도 우선 대기업의 담합·독점, 하도급 업체들에 대한 갑질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배 지검장 역시 “각종 공공적 영역에서의 부패와 비리, 부정과 탈법으로 국가 재정에 손실을 초래하거나 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범죄 행위 등이야말로 반칙적 범죄의 대표적인 예”라며 “사회공동체의 공공적 가치를 파괴하는 반칙적 범죄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를 중심으로 기업의 공정거래 문제와 관련한 사건이 많이 접수돼 있다”고 전했다. 대검 반부패·강력부 산하에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이 곧 출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배성범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검찰권 행사는 선별적 절제 모드 “경중과 성격에 맞게”

다만 검찰권 행사에는 절제되고 신중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배 지검장은 “기계적인 법 적용에 따른 형식적 결론 도출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사건 실체를 고민하고 사안의 경중과 성격에 맞게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 등 경제 주체들이 대내외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무거운 죄는 필히 벌하고 가벼운 죄에는 관용을 베푸는 마음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윤 총장 역시 “중소기업의 사소한 불법까지 수사권을 발동할 것인지 아닌지는 비례와 균형 관점에서 헌법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직접수사를 줄인다는 원칙을 전제로 하면서도 ‘꼭 필요한 수사’ 외에는 선별적으로 검찰권을 행사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여성 검사의 중용도 눈에 띤다. 지난 2월 인사 때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모든 특수수사 부서에 여성 검사 1명씩을 배치했는데 이런 기조가 더욱 확대됐다. 법무부·대검·서울중앙지검에 능력과 자질, 전문성이 검증된 우수 여성 검사를 적극 보임했다.

법무부 법무실 선임과장인 법무과장과 대검 마약과장에 첫 여성 부장검사를 임명했다. 법무부 법무과장에 김향연(46·32기) 안산지청 부부장 검사를, 대검 마약과장엔 원지애(46·32기) 제주지검 형사3부장을 각각 기용했다. 원 부장은 ‘마약’ 범죄 공인전문검사다. 또 사상 최초로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형사9부·공판2부·과학기술범죄수사부·여성아동범죄조사부 등 인지부서 5곳 부장에 여성 검사를 보임하는 등 역대 최대인 총 5명의 여성 부장검사를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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