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원인 모르는데'..KT아현국사 대책 '졸속' 우려

김유성 기자I 2018.12.20 18:14:18

통신재난 대응체계 개선 위한 토론회 개최
통신개선TF, 전국 통신구 실태 조사 완료 ''분석중''
원인 모르는 채 나온 대책, 비용 부담될까 ''우려'' 있어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지난달 24일 KT아현국사에서 발생한 화재에 대한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실태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분석 작업 중에 있으며 이달 말께 대책 등을 내놓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화재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졸속 대책 내놓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화재 발생 원인을 모른 채 소방 방재 시설 설치만 서두르다보면 투자 비용만 증가한다는 논리다. 정부가 통신 재난에 대해 관리할 수 있는 ‘거버넌스’(국정 관리체계) 체제를 먼저 만들고 통신사들의 시설 개선을 이끌어야 한다는 얘기다.

20일 한국전파진흥협회에서 열린 ‘통신재난 대응체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 사진 왼쪽부터 정재훈 과기정통부 통신자원정책과장, 박천일 행안부 사회재난대응정책과 사무관, 이종인 소방청 사방산업과장, 정준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김동헌 재난안전원 원장, 이성준 ETRI 통신정책연구 그룹장, 신민수 한양대 교수, 김영철 ICT폴리텍 대학 교수, 최재명 목원대 교수, 김찬오 서울 과기대 교수, 강휘진 서강대 교수, 윤형식 SK텔레콤 운영그룹 상무, 오범석 KT 네트워크운용본부 상무, 정하준 LG유플러스 네트워크품질담당 상무
◇전국 통신구 실태조사 마쳤지만, 결론은 ‘아직’

20일 한국전파진흥협회(RAPA) 대강당에서 열린 ‘통신재난 대응체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정부 측으로 나왔던 정재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자원정책과장은 “과기부 2차관을 필두로 태스크포스 내 제도개선반과 실태개선반이 전국 통신관로를 점검해고 있다”면서 “실태점검반은 D등급을 포함한 통신구에 대한 실태조사를 물리적으로 마쳤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이에 대한 분석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제도 개선에 대한 노력도 같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D등급 통신구는 단일 시·군 단위에 영향을 미치는 통신구를 뜻한다. 전국 통신구는 A부터 D등급으로 나뉘어 있다. 예컨대 권역 규모 시설은 A등급, 광역시나 도 규모 시설은 B등급, 3개 이상 시군구에 영향을 미치면 C등급, 단일 시군구에 영향을 미치면 D등급이다.

그러나 이런 등급 분류가 무의미하다는 의견이 통신 업계에서 개진되고 있다. KT아현국사가 한 예다. KT 아현국사는 D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이번에 D등급을 받은 KT아현국사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서대문구, 용산구 등 서울시내 주요 지역에 통신 대란을 일으켰다.

전국 통신구에 대한 등급을 재조정할지에 대한 질문에 정 과장은 “이제 막 분석에 들어간 상황”이라면서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하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화재 원인에 대해서도 아직 ‘조사중’이라고 했다. 이종인 소방산업과장은 “국과수에서 면밀히 분석중에 있다”면서 “원인은 이달 말 정도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재원인도 모르는 상황에서 나온 대책→ 졸속 우려

토론회 자리에 온 플로어에서는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책부터 마련하는 게 성급한 게 아닌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원인이 나온 이후에 업계 관계자 등이 모여 공청회 등을 개최하는 게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강 과장은 “사고 발생 시 바로 대책을 마련할 수 있게 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이번 통신개선TF를 강도 높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토론회도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화재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나오는 졸속 대책이 통신사들의 투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토론회에 참석한 통신사 패널들이 이 같은 취지로 발언했다.

윤형식 SK텔레콤 운영그룹 상무는 “KT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남의 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여러가지 개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결론적으로 우리가 어느 수준으로 대비하고 준비해야할지는 비용 등 투자와 결부된다”고 말했다.

윤 상무는 “작게는 수 억원에서 완벽하게 한다면 조 단위까지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며 “현실적인 고민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오범석 KT 네트워크운용본부 상무는 “TF에서 내부적으로 망 진단을 했고 완벽해게 만들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며 “통신 3사가 동일하게 의견을 냈듯 어느 선까지 해야할 지 고민이다”고 했다. 오 상무는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다보니 과기정통부가 지침을 주고 따르겠지만 이것도 몇 년 지나면 잊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난 전문가로 토론회에 참석한 강휘진 서강대 교수는 “통신 재난에 대한 책임을 지금까지는 통신 3사에 몰아넣었다”면서 “모니터링이나 상황 파악 기능이라도 과기정통부에 뒀으면 좋겠다고 제시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통신 재난에 대한 별도 규정이 있어야 한다”며 “새로운 거버넌스 체제를 정부가 만들어가야 한다”고 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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