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 뭇매·일자리 압박 '동네북 된 기업들'

성문재 기자I 2017.01.18 19:00:20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정부가 대기업에 채용을 늘려달라고 주문했다. 내수 둔화와 산업 구조조정 등으로 실업자가 늘고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 상황에서 별다른 대책없이 기업들의 노력만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30대그룹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고 “조속히 확장적으로 상반기 채용계획을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는 30대그룹 중 20개 그룹에서만 CEO가 아닌 상무나 전무 등 HR담당 임원들이 참석했다. 일부 기업은 채용을 작년보다 늘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작년말 조사 결과 대기업들의 신규 채용은 올 1분기까지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대기업 총수와 경영진이 줄줄이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새해 사업계획조차 정상적으로 수립하지 못한 그룹이 적지 않아 채용 계획을 늘려 잡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재계 1,2위 삼성과 현대자동차(005380)는 연말 임원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 해를 넘겼고 아직도 발표 시점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계 3위 SK(034730)는 새해 21조원 규모 투자계획을 전격 발표했지만 투자를 예정대로 집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다음 타깃으로 최태원 회장이 지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면세점 특혜 의혹이 있는 롯데와 사면 청탁 논란의 CJ(001040) 역시 안절부절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올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 굵직한 대내외 변수들이 많아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크다”며 “사업계획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채용을 늘리고 앞당기는 것은 무리”라고 하소연했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이날 “안 주면 안 줬다고 패고, 주면 줬다고 패고 기업이 중간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이런 상황이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한국 기업가정신 환경평가를 보면 우리나라의 기업가정신지수는 27위로 4년만에 일본(25위)에 다시 추월당했다. 중국도 12계단 상승한 48위를 기록해 우리와의 격차를 좁혔다.

박현성 한경연 연구원은 “기업들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한국의 법, 규제 등 기업 경영환경을 결정짓는 제도가 상대적으로 뒤쳐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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