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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럽에 핵무기 배치 확대 논의…동유럽 국가들 '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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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6.02 14:42:47

핵투발 항공기 운용 6개국 외 추가 배치 검토
폴란드·발트국 등 러 인접국 적극 유치 나서
"재래식 줄여도 핵우산 유지" 동맹 안심시키기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핵무기 배치를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재래식 군사 지원을 줄이더라도 안보 보장은 약화하지 않는다는 점을 동맹국에 재확인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군 F-35 전투기가 지난해 9월 폴란드 북서부 오르지슈에서 열린 폴란드·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 합동 군사훈련에서 비행하고 있다. (사진=AFP)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논의 내용을 전해 들은 세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당국자들이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항공기의 추가 배치에 열린 입장을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이런 항공기를 운용하는 국가를 기존 6개국에서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다만 고도 기밀에 관련된 논의인 만큼, 실제 핵 공유 체제 변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FT는 부연했다.

이번 논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유럽에서 미군과 핵심 무기 체계를 빼내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유럽 전역에서 안보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유럽에 배치하기로 했던 주요 무기 체계 계획을 취소하고, 군사 자산을 아시아 등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 위해 병력 철수를 발표해 일부 나토 동맹국들을 놀라게 했다. 이들 국가는 유럽 방어와 공격 억지·격퇴 능력에 공백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방안이 실현되면 핵 타격이 가능한 미국의 ‘이중용도 항공기’(DCA·dual-capable aircraft)를 운용할 수 있는 국가가 늘어나게 된다. DCA는 핵과 재래식을 모두 운용할 수 있는 항공기다. 소식통 2명은 미국이 핵무기 확대 논의에 열린 자세를 보인 것은 나토 동맹국에 재래식 방위 부담을 더 지우면서도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보여주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폴란드와 일부 발트해 국가 등 나토 동부전선 국가들이 DCA 기지 유치에 관심을 보였다. 특히 폴란드는 공개적으로 핵무기 유치 의사를 밝혀왔다. 안제이 두다 전 폴란드 대통령은 미국에 DCA 구상을 자국으로 확대해달라고 촉구했고, 폴란드 정부는 올해 핵 억지력 일부를 동맹국에 한시적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처음으로 검토하는 프랑스 주도 구상에 합류했다.

논의는 나토 채널 안에서 진행 중이며, 러시아 국경에 가까운 동맹국일수록 관심이 높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거듭된 핵 능력 언급이 일부 동맹국의 DCA 유치 관심에 불을 지폈다는 것이다. 다만 또 다른 소식통은 미국의 핵무기 유치 확대 합의가 임박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나토의 핵 공유 프로그램에는 현재 벨기에·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튀르키예·영국이 참여해 미국의 DCA와 ‘전진 배치된’ 핵폭탄을 두도록 승인받았다. 이 무기들은 미국의 통제 아래 있으며, 사용 권한은 미국이 단독으로 보유한다. 냉전기에 마련된 이 체제에 대해 나토는 “비핵 동맹국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도 안보를 보장받으면서 동맹의 핵 정책·계획에 참여할 수 있는 토대”라고 설명한다.

유럽 동맹국들은 그동안 미국이 제공해온 핵심 재래식 군사 역량에 대한 투자와 국방비를 대폭 늘리기로 약속했지만, 핵우산만큼은 대체 불가능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달 외무장관 회의를 마친 뒤 “미국이 군사적으로 중요시 여기는 전선과 관련해 다른 곳으로 무게를 옮기더라도 유럽의 전반적인 억지·방어는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분명히 말하겠다. 누군가 어리석게 우리를 공격한다면 그 대응은 파멸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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