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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전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갈대밭에 유기한 20대가 폭행, 불법 출장 마사지 영업 등을 신고하겠다는 피해자의 말을 듣고 격분해 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지법 형사15부(재판장 표극창)는 16일 살인,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A씨(27)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10년을 명령했다. 또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현 여자친구 B씨(25)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주먹으로 때리고 살인까지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4월께부터 B씨와 사귀다가 지난해 8월 헤어지고 피해자 C씨(29·여)와 교제를 시작했다. 이후 C씨와 성격 차이 등으로 헤어지면 다시 B씨와 사귀는 등 두 여자와 번갈아가며 교제해왔다.
그러다 C씨가 올 1월 초 남자친구 A씨와 B씨의 교제 사실을 알고 A씨에게 “네가 과거에 나를 폭행한 것을 모두 고소하겠다”고 하자 A씨는 수차례 C씨를 말렸다. 그러나 통하지 않았다.
다른 사건으로 집행유예 기간에 있던 A씨는 급기야 C씨를 만나 설득하기로 마음먹고 1월12일 오전 9시께 서울 강서구 한 빌라 C씨의 집을 찾아갔으나 C씨는 고소 취하를 거부했다. 말다툼을 하던 C씨가 “절대 합의해주지 않을 것이고 네가 하는 불법 출장 마사지도 다 신고하겠다”고 말하자 이에 격분한 A씨는 주먹으로 C씨의 얼굴을 수차례 때렸고 넘어진 C씨의 얼굴을 또다시 주먹으로 내리쳤다.
A씨는 심하게 손상된 C씨의 얼굴을 보고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뒤 C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자친구 B씨와 시신 유기
A씨 범행 직후인 1월12일 오전 11시께 B씨를 만나 숨진 C씨의 시신을 물에 빠트려 유기하기로 공모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9시55분께 서울 중구 한 쇼핑몰에서 여행용 가방을 구입하고 가게 앞에 있는 마대자루를 챙겼다.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 날 오전 9시께 시신을 마대자루와 여행용 가방에 넣어 차량에 싣고 인천 서구로 향했다. 서구 한 상점에서 8㎏짜리 아령 1개와 6㎏짜리 아령 2개를 구입한 A씨 일행은 강화도 하천에 시신을 유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11시께 강화도 하천 위 다리에서 시신이 담긴 마대자루에 아령을 넣어 던지려고 했으나 다리의 난간이 높아 실패했다. 이후 A씨 일행은 범행 장소를 바꿨고 15일 오전 1시께 인천 경인아라뱃길 인근 갈대밭에 시신이 담긴 마대자루를 버렸다.
재판부는 “피고인 A씨는 청소년기부터 다양한 범죄를 저질렀고 보호관찰기간 중 범행으로 보호처분이 취소된 경우가 있다”며 “이 사건 범행도 집행유예 기간 중에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이 사건 범행 이후 피해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피해자의 가족·친구들과 연락하고 피해자의 월세를 대신 납부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A씨에 대한 재범위험성 평가 결과 재범위험성이 높음 수준으로 나왔다”며 “피고인의 성행, 직업, 환경 등을 종합하면 A씨는 살인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