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키워드로 본 취임사…尹 핵심 가치 `자유` 35회 등장

권오석 기자I 2022.05.10 17:16:46

자유 35회, 시민·국민 각 15회 거론…공정 3회, 상식 0회
"자유는 보편적 가치로, 사회 모든 구성원이 자유 시민 돼야"
취임사 전체 분량 총 3303자로 전임 대통령 대비 짧아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자유`였다. 자유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누누이 강조해온 가치로, 취임사에 자신의 핵심 철학을 최대한 녹여냈다. 그의 취임사에서 자유란 단어가 총 35회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예상과 달리, 윤 대통령의 시대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정`과 `상식`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후 차량에 올라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윤 대통령은 10일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16분 가량 취임사를 낭독했다. 그가 언급한 자유는 ‘자유 시민’(8회)과 ‘자유민주주의’(3회)를 모두 합산한 수치다.

그는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 피었다”면서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영국의 경제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탐독하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과거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보장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늘 역설했었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입장을 되풀이 하듯 “자유는 보편적 가치다.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자유 시민이 돼야 하는 것이다”면서 “어떤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 방치된다면 나와 우리 공동체 구성원의 자유가 위협받게 된다. 자유는 결코 승자독식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그리고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며 “이런 것 없이 자유 시민이라고 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의 자유가 유린되거나 자유 시민이 되는 데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모든 자유 시민은 연대해서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자유라는 말을 빌려 국제사회를 향한 메시지도 쏟아냈다. 그는 “개별 국가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기아와 빈곤, 공권력과 군사력에 의한 불법 행위로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고 자유 시민으로서의 존엄한 삶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모든 세계 시민이 자유 시민으로서 연대해 도와야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공권력`과 `군사력`을 거론한 것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무력 도발 중인 북한을 겨냥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자유 다음으로 많이 등장한 단어는 `시민`과 `국민`으로 각각 15회였다. 기존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줌과 동시에 `용산 대통령 시대`를 열어 국민과의 소통을 늘리겠다고 했던 윤 당선인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국민 소통을 직접적으로 의미하는 `통합`, `소통`이란 단어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번 취임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공정과 상식을 차기 정권의 시대정신으로 내세웠던 윤 대통령이 정작 이날엔 거의 거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공정만 3회 언급했을 뿐 상식은 아예 얘기하지 않았다. 공정과 상식은, 윤 대통령이 이전 문재인 정권에 대한 `내로남불`을 지적하면서 내세웠던 핵심 철학이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취임사가 솔직하고 담백했다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기 보단 내용을 전달하는 게 중요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핵심 가치관과 철학을 잘 녹여낸 것 같다”고 했다. 공정과 상식에 대한 메시지가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자유라는 게 사실상 공정과 상식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윤 대통령의 취임사 전체 분량은 총 3303자로 전임 대통령들의 취임사보다 비교적 짧은 편이었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취임사는 8969자,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사는 5558자였으며 약식으로 취임식을 진행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사는 3181자였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