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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R&D로 ‘생분해 섬유’ 양산…친환경 기술플랫폼 도약”

김정유 기자I 2021.04.01 17:09:04

박성윤 휴비스 연구소장 인터뷰
10년 전 중단한 생분해 PET 섬유, 이달 상업화
3년 만에 생분해 가능, 평가기준 수립 등 노력
직접 리사이클 칩 생산 나서, ‘에코펫’도 본격화
향후 전기차용 절연재도 검토, SHE 기술개발 속도

[대전=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3년내 완전 자연 선순환되는 생분해 페트(PET) 섬유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응용 기술을 개발, 글로벌 친환경 소재 시장을 개척해 나갈 계획입니다. 휴비스(079980)는 앞으로 친환경 소재 기술개발 플랫폼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박성윤 휴비스 연구소장이 대전 R&D센터 쇼룸에서 자사가 만든 생분해 PET 섬유를 들고 친환경 소재 관련 기술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


◇10년 전 중단했던 생분해 섬유, 꾸준한 연구로 상업화

1일 대전시 대덕구 휴비스 R&D센터에서 만난 박성윤 연구소장은 “과거 글로벌 화학업체인 듀폰도 원가 문제 등으로 사업을 접었던 생분해 PET 사업을 우리는 꾸준한 원가 절감 기술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키웠고, 이달 본격 상업화를 앞둔 상태”라며 이 같이 밝혔다. 박 소장은 1994년부터 현재까지 섬유 소재 분야 연구개발(R&D)에만 나서온 이 분야 전문가다. 휴비스는 2000년 삼양사와 SK케미칼의 합작으로 설립된 섬유·화학업체다.

박 소장이 거듭 강조한 생분해 PET 섬유는 휴비스가 최근 양산 체제 구축에 성공한 친환경 소재다. 기존 폴리에스터 섬유 원료에 바이오 매스를 추가, 특수 반응을 통해 만든 소재다. 기존 폴리에스터와 물성이 비슷해 염색 및 다림질이 가능하고 폐기시에도 3년내 생분해된다. 휴비스는 기존 생산라인을 통해 생분해 PET 섬유를 생산하면서 공정 효율성도 높였다. 조만간 자체 브랜드를 구축해 시장에서 판매를 개시할 예정이다.

당초 휴비스는 2011년 생분해 PET 섬유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생분해 섬유의 생분해도를 평가하는 기준 자체가 없었고, 관련 시장도 아직은 척박했다. 박 소장은 “생분해 섬유의 제조 원가가 너무 높았다 보니 시장의 수요가 점점 줄었고 결국 공백기가 생기면서 사업화도 이뤄지지 못했다”며 “하지만 휴비스 연구원들이 연구원 특유의 고집으로 꾸준히 원가를 줄이는 기술개발에 나서왔고 결국 친환경 소재 시장이 커지고 있는 현 시점, 즉 적기에 사업화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10여년 전부터 해왔던 생분해 섬유에 대한 기술개발 노하우로 생분해 PET 섬유에 대한 응용력을 더 높여 다양한 제품군에 적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도 생분해 섬유에 대한 불신의 눈길이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시험인증기관인 FITI시험연구원과 함께 소재 생분해도를 측정하는 ISO 시험표준을 직접 등록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윤 휴비스 연구소장이 대전 R&D센터 쇼룸에서 자사 섬유 소재가 적용된 자동차 내장재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


◇LMF 글로벌 1위 경쟁력, 리사이클 사업도 강화

휴비스가 이처럼 생분해 PET 섬유 개발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던 배경엔 섬유의 대표 소재 ‘폴리에스터’ 기술력이 있다. 휴비스는 현재 폴리에스터로 만든 ‘열접착 섬유’(LMF) 소재의 글로벌 1위 업체다. LMF는 의료용 섬유, 자동차 내장재, 건축용 단열재 등에 사용되는 섬유로 매년 연간 7~8%씩 시장이 성장 중이다. 박 소장은 “현재 중국 업체들이 대규모 신증설로 추격하고 있는 상황인데, 휴비스는 각 고객사들의 생산성과 공정 안정성까지 신경쓰는 맞춤형 제품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부터 연구조직과 마케팅 조직이 함께 고객사를 다니면서 맞춤 수요를 발굴하는 새로운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비스는 최근 자체 리사이클 칩 생산설비를 구축하며 리사이클 섬유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엔 친환경 용기 소재로 각광받는 ‘에코펫’(브랜드명) 사업도 올해 본격적으로 키울 계획이다. 박 소장은 “지금까지 국산 업체들이 수거해 만든 리사이클 칩은 많은 이물질로 품질이 낮아 국내 화학업체들은 주로 일본에서 칩을 수입해 썼다”며 “휴비스는 자체 칩 생산설비를 만들어 일본에 의존했던 리사이클 원료를 국산화하는 식으로 사업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코펫은 인체에 무해하고 재활용이 가장 용이한 PET 소재를 ‘폼’ 형태로 만든 제품으로 간편식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을 중점 공략할 것”이라며 “지난해 현지 공장을 설립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인력 이동 제한 등의 어려움으로 다소 지연됐지만 현재 현지 프로모션에 돌입하는 등 본격적으로 영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향후 휴비스의 기술개발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까. 박 소장은 ’S.H.E’(안전·건강·환경) 중심의 기술 개발을 꼽았다. 그는 “안전 분야에선 기존 소방복이나 내열 호스류 등으로 주로 사용되던 ‘메타아라미드’ 소재를 전기차용 절연재로 사용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개발을 생각하고 있다”며 “건강 분야에선 위생용품 섬유를 올 상반기 2만5000t 증설해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환경 분야에선 생분해와 리사이클링 분야의 사업화에 집중해나갈 것”이라며 “휴비스 R&D센터는 SHE 소재 기술 확대를 통해 친환경 소재 기술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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