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는 2년 동안 끝나지 않은 스쿨미투에 대한 얘기를 듣기 위해 지난 16일 청소년 페미니즘 네트워크 ‘위티(WeTee)’의 양지혜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났다. 양 위원장은 “스쿨미투로 학내 성폭력이 만연하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면서도 “고발 이후 사안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도 많고 여전히 학교가 학생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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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티는 스쿨미투를 계기로 청소년들이 전국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움직이며 지난해 6월 출범했다. 양 위원장은 지난해 2월 UN 아동권리위원회 사전심의에 참석해 스쿨미투를 알리기도 했다.
그는 최근 위티의 주요활동 중 하나로 스쿨미투 사건 재판에 직접 참관하는 ‘연대 방청’을 꼽았다. 위티 활동가들은 4월 서울동부지법에서 진행된 송파구 소재 여고 교사에 대한 ‘스쿨미투’ 재판을 시작으로 6월부터는 용화여고 교사 재판 방청에 참석해 자리를 채우고 있다.
양 전 위원장은 “청소년들이 고발 이후 학교의 변화를 추적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피해자들에게 힘이 되고 싶은 마음에 연대 방청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쿨미투가 재판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피해 학생들의 어려움도 컸다. 양 위원장은 “학생 다수가 익명으로 고발을 이어가는 운동 특성상 재판을 시작하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며 “선배나 동창들이 증언을 하지 말라고 협박을 해 고립을 느낀 피해 학생도 많았고 익명 증언이 법적 효력으로 인정되지 않아 가해 사실 입증에도 난항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강제추행 혐의로 졸업생 5명에게 피소된 용화여고 전 교사 A씨는 지난해 1월 검찰에서 “혐의를 충분히 입증하기 어렵다”며 한 차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가 최근에서야 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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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미투 고발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성폭력 근절을 위해 지난해 성평등팀을 신설하고 교육감 직속 핫라인과 성희롱심의위원회·성고충상담창구 등을 운영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양 위원장은 이러한 제도에도 여전히 학교 측이 학생들의 목소리를 충분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희롱심의위원회는 교사 4인과 외부 전문가 2인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학생들의 관점을 대변하는 위원은 부재하다”며 “그러다 보니 피해자가 피해를 진술한 이후 사안 처리 과정에 대해 파악할 수도 없고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교 내 위계적이고 폭력적 문화를 바꾸기 위해 학생들이 중심적으로 일상적 성차별이나 폭력적 학교문화에 대해 얘기하고 바꿔갈 수 있는 힘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 위원장은 “스쿨미투 이후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초점이 맞춰졌지만 피해자가 어떻게 회복하고 학교 공동체가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부재하다”며 “장기적으로 학교 내 성자치기구 마련 등을 통해 학내구성원의 권리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위티는 향후 청소년들이 학교 내에서 어떻게 하면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양 위원장은 “교사들의 위계를 폭로한 스쿨미투 이후 ‘새로운 교육’이라는 키워드를 생각하고 있다”며 “청소년들이 직접 자신이 원하는 성교육을 만들어보는 프로젝트 등을 통해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