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안보라인의 양대산맥인 ‘매파 중의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과 ‘비둘기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통해 대북 강온 양면 전술을 구사해왔다. 볼턴 보좌관을 통해 ‘대북 압박’이라는 강공 메시지를 발신한 반면, 폼페이오 장관을 통해선 ‘제3차 핵 담판’을 위한 대화의 날갯짓을 보냈다. 본인 역시 2차 하노이 핵 담판 결렬 이후 수차례에 걸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강조하며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하면서도, 때론 강한 어조로 북한에 대해 경고성 발언을 내뱉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을 복구했을 때 “매우 실망하게 될 것”이라는 언급으로 경고를 잊지 않으면서도, 북한이 개성 남북연락사무소에서 돌연 철수했을 땐 ‘추가적 대북제재 철회’ 카드를 꺼내 ‘달래기’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대화 재개 의지를 피력하며 ‘톱다운’ 방식의 3차 핵 담판을 위한 조언을 구할 것으로 보인다. 잘 알려진 대로 게이트키퍼(gatekeeper)를 두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모든 걸 결정하는 걸 선호한다.
초미의 관심은 북·미 간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문 대통령의 ‘굿 이너프 딜’을 받을지로 좁혀진다. 예컨대 포괄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합의한 뒤,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 및 플러스 알파(+α)와 미국의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재개 결정 등 2~3개의 덩어리로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는 전략이다. 최근 방미(訪美)했던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귀국 직후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재개 등의 어젠다나 이슈에 대해 “정상들 사이에서 좀 더 심도 있게 얘기를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결렬된 2차 하노이 핵 담판 이후 더욱 선명해진 ‘선(先) 비핵화·후(後) 제재완화’ 입장을 견지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카드일 수 있다. 이미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5일 미국 CBS방송에 출연해 사회자가 ‘문 대통령이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 일부 경제적 제재 완화 카드를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데, (한·미가 이에) 합의할 것인가’라고 질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모호하지 않은 입장을 밝혀왔다”며 확고한 방침을 내비친 바 있다.
사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작지 않은 시험대다. 북·미 대화를 대표적 외교성과로 치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견해차만 드러낼 경우 사실상 대북정책의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 된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의 대북 유화책을 받아들이는 건 재선을 앞두고 공화당 내 강경파의 지지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일각에선 지난달 28일 한·미 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발표하면서 백악관이 언급한 ‘한미동맹은 한반도 평화·안전의 린치핀(linchpin·핵심축)’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이라는 정치적 족쇄를 걷어낸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동맹국인 문 대통령의 조언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미리 린치핀이라는 자락을 깔아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