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이랜드그룹의 중국 현지법인 티니위니(Teenie Weenie) 매각가격이 8500억원으로 잠정 결정됐다. 이는 당초 예상했던 1조원보다 1500억원 가량 줄어든 규모로 이로써 이랜드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추가적인 방안을 마련해야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
◇‘자금난’ 이랜드, 협상 주도권 잃었나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티니위니 인수를 추진 중인 중국 브이그라스(V-GRASS)는 지난 28일 이사회를 열고 티니위니 가치 산정 배수를 의결한 뒤 인수가격을 50억위안(8468억원)으로 제시했다. 브이그라스는 내부자금 10억위안을 투입하고 나머지 40억위안은 제3자 유상증자를 실시해 조달할 방침이다. 주주총회와 현지 관련 당국 인가 등 절차가 남아있지만 연내 거래를 완료하겠다는 목표다.
이랜드는 매각 후에도 티니위니 지분 10%를 계속 보유한다. 결국 손에 쥐는 것은 지분 90%에 대한 매각대금 7618억원이다. 보유 지분 매각은 3년 후에나 가능하다. 지난 9월 이랜드가 티니위니 매각을 발표하며 제시한 가격은 약 1조원. 지분 100%를 기준으로 해도 1500억원 정도의 격차가 생겼다.
이렇다보니 협상과정에서 티니위니의 가치를 적절하게 인정받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브이그라스는 실사과정에서 티니위니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에 11.25배를 곱하는 방식으로 가치를 산출했다. 그러나 제시한 가격은 전체 가치의 90% 수준이었다. IB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이랜드가 기대한 티니위니의 적정 매각가는 1조3000억~1조5000억원이었다”며 “차입금 상환 자금 마련이 급한 이랜드가 협상 주도권을 잃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랜드측은 아직 협상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브이그라스가 주장하는 금액은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며 “다만 티니위니 매각이 꼭 필요한 상황인 만큼 거래가 깨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재무구조 개선 재산정 불가피해져
그동안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매각가 1조원을 기준으로 이랜드그룹의 재무구조 개선폭을 산출해왔다. 매각가가 낮아진 만큼 재산정도 불가피해졌다. 한국신용평가는 1조원 중 법인세 납부와 지분 10% 보유분을 제외하고 6600억원 정도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통해 부채비율이 295%에서 214%로 급락할 것으로 추산했지만 변경된 금액을 적용하면 240%대로 낮아지는데 그친다. 순차입금의존도도 51%에서 44%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지만 실제 낙폭은 2~3%포인트 정도에 불과할 전망이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이랜드 재무구조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달라지게 됐다”며 “기존 매각대금과의 차액을 상쇄할 수 있는 추가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진행하고 있는 이랜드리테일의 기업공개(IPO) 작업과 보유 부동산 매각 외에 다른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