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돌고 돌아 제자리…2022 대입개편 ‘미세조정’ 그칠 듯

신하영 기자I 2018.05.31 20:13:12

수시·정시 통합, 수능 절대평가 전환 사실상 백지화
학종·수능 전형 간 적정비율은 여론수렴 통해 결정
수능 상대평가 가능성 커…현행 대입 틀 유지할 듯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 위원장 겸 국가교육회의 상근위원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 범위’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31일 국가교육회의가 발표한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 범위’는 수시·정시 통합, 수능 절대평가 전환 포기로 요약할 수 있다. 교육부→국가교육회의→대입개편특별위원회→대입개편공론화위원회로 하청에 재하청을 주다 결국 현행 대입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커졌다.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대입특위)는 공론화 범위에서 수시·정시 통합방안을 제외,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교육부에 수시·정시 분리 모집인 ‘현행 유지’를 권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수시와 정시를 통합해 선발할 경우 수험생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한 까닭이다.

김진경 대입특위 위원장은 “수시·정시를 통합하면 수험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시·정시를 통합할 경우 수험생들은 수능·교과·학종을 모두 준비해야 하는 이른바 ‘죽음의 트라이앵글’을 겪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수·정시 통합이 고교 수업을 정상화시키는 장점은 있지만 입시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다.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수시·정시 통합선발은 사실상 백지화된 셈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통합선발, 지방대·전문대 반대로 무산된 듯

대입특위는 ‘수시·정시 통합 백지화’의 이유로 수험생 입시부담 가중을 꼽았다. 하지만 교육부 안팎에서는 지방 사립대와 전문대학의 거센 반발 탓이란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입개편 공론화 범위를 정하기 전 거친 의견수렴에서 지방 사립대와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수시·정시 통합에 강하게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고 말했다.

현행 대입제도에서는 수시에 추가 합격한 수험생까지 정시에는 지원할 수 없다. 신입생 모집이 어려운 지방대와 전문대학은 이 때문에 수시모집에서 신입생 확보가 비교적 용이하다. 하지만 이를 폐지해 통합 선발할 경우 수시모집에서 신입생 선점이 어려워진다. 수시·정시 칸막이가 사라지면 지방대와 전문대학의 고사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것이란 우려를 국가교육회의가 수용한 것이다.

수능·학종·교과 전형 간 적정비율은 공론화에 붙이기로 했다. 당초 교육부는 수능·학종 간 적정비율을 논의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대입특위는 교과전형까지 포함해 논의를 확대하기로 했다.

◇ 수능 절대평가 전환도 물 건너가

대입특위가 수능·학종·교과 전형 간 적정비율 모색하기로 하면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교육부가 학종과 수능전형 간 적정비율을 논의해달라고 요청한 이유는 수시·정시 간 불균형 때문이다. 현 고2 학생들이 응시할 2020학년도 대입에서 수시모집 비중은 77.3%로 지난해에 이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교육부는 해마다 수시 비중은 커지고 정시는 축소되는 문제를 해소하고자 국가교육회의에 전형 간 적정비율을 모색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때문에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할 경우 교육부 의도와는 상충되는 결과가 우려된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으로 변별력이 약화할 경우 대학들은 수능으로 뽑는 정시 비중을 더 축소할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8대2에 달하는 수시·정시 불균형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이 문제를 논의해 달라고 했기 때문에 수능은 현행대로 상대평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 시 우려되는 문제는 변별력 약화를 해결하기 위한 보완책도 공론화 범위에서 빠진다. 교육부는 대입개편 시안에서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보완하기 위해 ‘수능 원점수제’를 제시했다.

수능전형을 운영하는 대학에 원점수를 제공, 동점자 변별이 가능하게 하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대입특위는 수능 원점수제를 공론화하지 않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수험생 간 점수경쟁을 유발하고 선택과목 간 유·불리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공론화범위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 수능최저기준 폐지 여부, 공론화하기로

대입 수시모집에서 활용하는 수능최저학력기준 완화·폐지 여부는 공론화 범위에 포함됐다. 수능최저기준은 수험생이 수시 학종·교과전형에 합격해도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최종 탈락하는 제도다. 대학에서는 수험생의 수학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도입했지만, 대입에서의 수능 영향력을 축소를 주장하는 측에선 이에 대한 완화·폐지를 요구해 왔다.

일각에서는 대입개편에서 학종 중시를 주장하는 소위 ‘학종파’를 달래기 위한 방안으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는다.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대신 수시에서 수능최저기준은 폐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이는 비대해진 수시 학생부전형 비중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임성호 대표는 “만약 수시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이 폐지될 경우 주요대학들에서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을 다소 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입특위가 △선발 방법의 비율 △수능 평가방법 △수능 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만 공론화범위에 포함하면서 2022학년도 대입의 큰 틀은 유지될 전망이다. 교육부가 지난달 11일 대입개편 시안을 국가교육회의 이송하고 대입특위와 대입공론화까지 만들었지만 ‘용두사미’나 ‘미세조정’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임진택 경희대 책임입학사정관은 이날 확정된 공론화범위에 대해 “임시방편 결정으로 중요 결정을 뒤로 미뤘다”고 비판했다. 이재하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수석대표도 “교육부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교육과정을 개편했으면 대입개편을 해야 하는데 국가교육회의에 이를 넘기고 알아서 할 거라면 교육부의 존재 가치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