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자신의 진돗개를 공격한 이웃집 맹견을 전기톱으로 죽인 행위는 긴급피난 행위로 보기 어려워 동물보호법에 저촉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긴급피난이란 급박한 상황에서 다른 방법이 없을 때 법적으로 인정되는 정당화 사유를 말한다.
대법원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28일 동물보호법 위반 및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53)에게 재물손괴만 인정해 선고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동물보호법도 유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경기도 안성에서 황토방을 운영한 김씨는 2013년 3월 이웃집 맹견(로트와일러) 2마리가 자신의 진돗개를 공격하는 소리를 들었다. 황토방에 쓸 나무를 자르고 있던 김씨는 들고 있던 기계톱으로 맹견을 죽였다. 개는 몸의 일부가 절단됐고 내장이 밖으로 나올 정도로 끔찍하게 죽었다.
검찰은 김씨를 동물보호법 위반과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해 기소됐다. 동물보호법은 목을 매다는 등의 방법으로 잔인하게 동물을 죽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김씨가 죽인 개는 타인 소유의 재산이므로 재물손괴죄도 적용됐다.
1·2심은 모두 김씨가 동물보호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로트와일러는 목줄과 입마개 등 안전조치가 필요한 맹견인데도 주인인 B씨가 당시 이를 지키지 않았고 A씨 역시 맹견에 대항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손에 든 전기톱을 사용했다고 봤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고 항소심은 재물손괴만 유죄로 보고 선고유예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맹견이 A씨를 공격하지 않았는데 전기톱으로 죽인 것은 긴급구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A씨가 전기톱의 시동을 걸지 않고 사용하거나 주위에 있던 몽둥이 등을 사용할 수도 있었다고 봤다.
대법원은 “A씨가 개를 죽인 경위와 사용한 도구와 방법 그리고 그 결과를 볼 때 동물보호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수원지법 합의부로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