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과 리튬, 코발트. ‘오늘이 가장 저렴하다’는 말이 나오는 광물과 금속 등 자원 확보가 곧 경쟁력이 된 배터리 업계에서 국내 기업들이 마주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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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서는 위약금을 주고라도 자원을 구할 수 있는 지금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과 미·중 갈등 영향으로 자원을 무기로 삼는 ‘자원 무기화’가 심화하고 있어 자원, 특히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만 해도 불과 몇 년 사이 자원과 관련한 경영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배터리 기업의 경우 리튬이나 니켈 등 광물에 대해 광산·제련업체와 5~10년 장기계약을 맺는 것만으로 원재료 조달에 문제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장기계약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세계 니켈 생산의 30%를 담당하고, 니켈 보유량 1위인 인도네시아만 해도 2020년부터 니켈 원광 수출을 금지하며 공급을 틀어막았고, 앞으로 알루미늄 등 다른 자원에 대한 수출 금지도 이어갈 계획이다. 자원 부국들이 앞으로 인도네시아의 뒤를 따를 가능성도 크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직접 해외 자원 개발이나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민간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벌써 십 수년 전부터 광산 관련 전문가를 육성하고 알짜 광산을 찾아 개발, 투자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그들과 경쟁하는 대신 자원을 개발하는 글로벌 회사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함께 합작회사를 만들어 손실을 최소화하는 정도의 자원 확보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한계가 곧 기업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코발트는 콩고에서 71%, 리튬은 호주에서 77%가 생산되고 있지만 중국에서 각각 64%, 58%가 제련·정제되고 있다. 니켈 역시 34%가 중국에서 제련·정제되고 있어 모두 ‘중국산’으로 분류된다. 우리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중국이 공급망을 흔든다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업들은 각국이 자원을 무기 삼은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간 뒤처진 자원 개발을 활성화할 구체적이고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글로벌 환경이 좋지 않을 때는 체계를 바로 잡아야 한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안보, 경제 등을 전방위적으로 살피고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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