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전 부총리는 최근 이데일리 전략포럼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를 통해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강화로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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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국이 먼 곳의 문제는 방관하고 자신들의 이해관계만 챙기기 시작하면 자유무역 질서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우리처럼 대외지향적인 나라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과 중동에서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유지하면서도, 아메리카 대륙을 중심으로 한 ‘서반구 패권’을 노골화하는 이른바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및 배터리 공급망 요건이 더욱 까다로워지는 등 ‘경제 안보’를 명분으로 한 보호무역 장벽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서는 과거의 자유무역 질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한 셈이다.
우려를 더하는 것은 통제 불가능한 지정학적 리스크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중동 정세가 급변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을 위협하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으로서는 생산 비용 상승과 물가 자극이라는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우리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유 전 부총리는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우리 기업들이 베트남 등으로 시장을 옮겨야 했던 고통스러운 기억을 상기시켰다.
유 전 부총리는 “앞서 사드 사태 당시 한한령이 내려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서 큰 손해를 보고 베트남으로 이동했다. 지금 미국발 불확실성도 그때만큼이나 위협적”이라며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미국발 불확실성을 조속히 매듭지어 기업들이 비용을 계산하고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국제 유가 급등에 대해서는 재정과 통화정책의 ‘교과서적 대응’을 주문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오히려 돈을 푸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유 전 부총리는 “물가 압력이 세지면 긴축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순리”라며 “금리를 당장 올리기 어렵다면 통화량이라도 조절하는 식의 정공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공급망 다변화가 어려운 원유의 특성을 고려해 “비용을 더 들여서라도 수송 경로를 확보하고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 외엔 현실적 대안이 없다”고 덧붙였다.
재정 정책에 대해서는 확고한 ‘건전재정’ 원칙을 내세웠다. 최근 반도체 실적 개선으로 세수 여건이 좋아진 것을 ‘정치적 선심’으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그는 전 국민 현금 지원 방식의 추경에 대해 지적하며 “자영업자나 물류업 종사자처럼 기름값이 생존과 직결되는 이들을 향한 ‘핀셋 지원’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같은 돈을 쓰더라도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고 정치적 오해를 피해야 한다는 논리다.
유 전 부총리가 거듭 강조한 키워드는 ‘기본’과 ‘위기관리’였다. 해외 변수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국내의 취약한 구조는 우리 손으로 고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그는 마지막으로 “반도체 호황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자영업자와 석유화학 등 취약 부문은 이미 한계치에 다다랐다”며 “눈에 보이는 취약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위기 관리”라고 강조했다.
◇유 전 부총리는...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조세연구원장 △조세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제18대 국회의원 △국토교통부 장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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