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이 아시아를 핵심 전략시장으로 삼고 관련 펀드 조성에 한창이다.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하면서 북미 투자의 매력도가 비용 대비 떨어지고, 지난 2023년부터 얼어붙었던 아시아 PE 시장에서 자금 회수가 완만해지면서 글로벌 자본이 다시 아시아로 되돌아오는 리밸런싱 흐름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아시아 전역으로 글로벌 자본이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다시 한 번 투자 온기가 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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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팬아시아 펀드 조성에 나선 곳은 싱가포르계 투자사 힐하우스캐피털이다. 중국 기술기업과 소비재 중심 투자로 성장해온 이 회사는 일본과 동남아 등 아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팬아시아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약 70억달러(약 10조 2600억원) 규모의 신규 펀드 조성에 나섰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아시아 전반의 구조적 성장성에 베팅한 셈이다.
미국계 대형 사모펀드운용사들도 아시아를 핵심 투자 지역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KKR은 150억달러(약 22조 80억원) 규모의 아시아 펀드 조성 작업에 착수했다. 해당 펀드는 소비재, 생명과학, 금융서비스, 헬스케어, 산업재 등 아시아 전역의 핵심 성장 섹터에 활용될 예정이다. 목표액 달성 시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조성된 사모펀드 중 역대 최대 규모가 된다. 지난 2023년부터 금리 및 환율 변동성으로 위축됐던 아시아 딜 흐름에 다시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유럽계 운용사들도 비슷한 기조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한 외신에서 아시아를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 규정한 EQT 는 100억달러 이상을 모집하며 아시아 펀드 목표액을 사실상 채웠다. EQT는 이를 기반으로 한국의 더존비즈온 등 국내외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를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글로벌 자금이 아시아로 몰리는 핵심 배경에는 글로벌 LP들의 아시아 투자 비중 확대 기조와 지역 간 수익률 격차에 있다. 현재 북미·유럽 연기금과 국부펀드 등 대형 기관 투자가들은 아시아를 핵심 성장 축으로 꼽으면서 아시아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다.
여기에 지역 간 수익률 격차도 있는 편이다. 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글로벌 PE 운용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아시아는 지정학 리스크는 오히려 낮고 기대수익은 더 높다"는 응답이 다수 나왔다. 기술·헬스케어·디지털 인프라 등 구조적 성장성이 확실한 산업이 아시아에 집중된 데다가 미국 금리 고착화로 북미 시장의 신규 투자 매력도가 약화된 점도 아시아 자본 유입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유럽 IB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금리 상승 피로도가 누적된 데다 중국의 리스크 프리미엄도 낮아지고 있어 글로벌 LP들이 투자 비중을 다시 짜고 있다"며 "이에 따라 글로벌 GP들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국가에 쌓여있는 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