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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당·지옥 오가는 美증시…알고리즘 매매·재택근무 탓?

방성훈 기자I 2020.03.18 18:12:34

美증시, 연일 급등락 반복…"이제껏 보지 못한 변동성"
"코로나19만으로 설명불가…알고리즘 매매가 주범"
닛케이 "알고리즘 매매만으로 시장 못 움직여"
"재택근무 따른 시장중개기능 마비가 주된 원인"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뉴욕 증시가 최근 높은 변동성 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2월 중순 이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1000포인트 이상 상승한 날은 모두 7거래일, 하락한 날은 4거래일이었다. 지난 17일만 해도 다우지수는 1048.86포인트 급등했는데, 전날은 3000포인트 가까이 폭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은 미국 증시 124년 역사상 두 번째 최악의 날로 기록됐다”면서 “코로나19에 대한 공포, 국제유가 하락, 글로벌 경기 악화 우려 등만으로 설명하기엔 3000포인트에 달하는 낙폭이 과도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알고리즘 매매가 변동성을 대폭 키운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알고리즘 매매는 펀드매니저, 즉 ‘사람’이 개별 사안이나 기업 펀더멘털에 근거해 투자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컴퓨터가 자동으로 매수·매도하는 투자 방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각됐다.

◇변동성 자체가 매매 결정요인…변동성 더 키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한 주로 꼽히는 지난달 23~27일 시장에는 1000억달러가 넘는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왔다. JP모건체이스는 “대부분은 소위 ‘볼(변동성) 타게팅’으로 불리우는 옵션헤지 전략, 그리고 시스템에 따른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승폭 또는 하락폭이 정해둔 기준을 넘어설 경우 자동으로 매수·매도가 이뤄지도록 프로그램된 물량이라는 것이다.

지난 12일 무려 2352.60포인트(9.99%) 폭락했던 다우지수는 다음날인 13일 1985.00포인트(9.36%) 폭등했다. WSJ는 13일 1400포인트 가량이 장 막판 30분 동안 상승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신문은 “이러한 움직임은 기업실적, 경제전망, 코로나19 우려 등과는 무관해 보인다. 오히려 기술적 요인들에 의해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며 프로그램 매물들이 변동성을 더욱 키웠다고 진단했다.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이 그동안 사들였던 위험자산을 처분하기 시작했는데, 컴퓨터가 이를 포착하고 쉴새없이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는 것이다. 알고리즘 매매를 활용하는 크라벨자산운용의 마이클 포마다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포지션이 장기적으로 이익을 낼 것으로 보여도 변동성이 커지면 그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는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증시 향방을 전망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경제 전망이나 기업 재무재표를 보고 가치를 판단하는 전통적인 투자 방식이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WSJ은 “알고리즘 매매가 지배하고 있는 현재 주식시장은 기업들의 펀더멘털보다는, 즉 기업들이 어떤 제품을 만들어 팔든 단순히 주가변동 ‘움직임(move)’만이 매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평했다.

◇“변동성 확대는 재택근무로 중개기능 마비된 탓” 주장도

하지만 알고리즘 매매만으로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변동성이 확대된 것은 증권사나 투자은행 직원들이 코로나19로 원격·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시장 중개기능이 마비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다우지수는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1일까지 20거래일 동안 28% 하락했다. 이는 대공황시기 같은 기간 동안 38% 하락한 것보다는 낙폭이 적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 9월15일부터 20거래일 동안 26%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속도가 빠른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쇄도하는 투자자들의 매도 주문을 흡수해 변동성을 완충해줘야 할 증권사나 투자은행의 중개기능이 마비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좀 더 지켜보자”는 등의 자문을 해줘야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이같은 대면 접촉 기회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트레이더들 역시 원격근무 또는 별도의 지정 장소에서 근무를 하게 되면서 물리적으로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증권사에 근무하는 한 트레이더는 “평소에는 모니터 화면을 1명당 최소 4개를 사용했지만 지금 1개밖에 쓰지 못하고 있다.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는게 어렵다”며 “IT 설비가 뒷받침되지 못해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컴퓨터의 오인 가능성을 우려해 알고리즘 매매가 줄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증권사 임원은 “과거에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변동성이 나타나고 있는데, 컴퓨터는 과거 데이터를 근거로 움직이기 때문에 판단을 잘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은 이유로 컴퓨터 스위치를 꺼버린 펀드도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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