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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FAANG..뉴욕증시 직격탄
핵심 기술주들은 이날 속절없이 주저앉았다.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이른바 ‘팡’(FAANG)의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까지 쏟아졌다. 대장주 애플은 3.42%, 아마존은 5.91%씩 급락했다. 넷플릭스는 9.40% 폭락했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과 페이스북도 각각 5.20%와 5.41% 내렸다. 이에 따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43%(329.14포인트) 폭락했다. 2011년 8월18일 이후 7년여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이달에만 11.7% 떨어졌다. 2016년 2월 이후 2년8개월만에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해 ‘조정 영역’에 진입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술주를 흔드는 산적한 악재 중 최대 위협은 ‘무역전쟁’이라고 입을 모은다. 투자은행 B.라일리 FBR의 아트 호건 수석애널리스트는 이날 미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어떤 통화정책을 쓸지보다 중국 관세문제에 대해 훨씬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FTSE 러셀의 알렉스 영 글로벌담당 이사도 미·중 무역전쟁을 언급, “글로벌 거시경제 여건에 대한 전망이 암울하다”며 기술주의 추가 하락을 예고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기술주의 수익성장이 고점에 다다랐다”며 “앞으로 실적은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 나아가 “역사적으로 보면, 고점은 대략 침체기가 오기 2년전에 나온다”고 했다. 월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2020년 미 경제 절벽’ 우려에 따른 추론으로, 기술주가 고점에서 이제 막 내림세로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퍼스트 아메리칸 트러스트의 제리 바라크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여러 불확실성으로 이곳저곳에서 공포 요인이 커지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애플·인텔, 기술주의 ‘변곡 포인트’
반면, 아직 약세장의 길목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B라일리 FBR의 아트 호건 수석시장전략가는 “현 침체는 흔한 조정(correction)으로 보인다”며 “강세장 속에서의 조정 영역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캐나다 출신의 억만장자 투자자 케빈 올리리도 “이날 주가 하락은 흔한 포지션 조정일 뿐”이라며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은 사람들이 공포를 느낄 때 욕심을 가지라고 했다. 나는 오늘도 매수했다”고 했다. 보야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폴 젬스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전 세계적인 위험회피 현상 중 하나”라며 “악재들이 산재해 있지만, 미 경제가 완전히 망가지고 있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뉴욕증시의 향배를 가를 기업으로 ‘애플’과 ‘인텔’을 꼽는다. CNBC방송은 파이퍼제프리의 크레이그 존슨 수석시장테크니션을 인용해 “인텔이 기술주의 주요 변곡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인텔의 실적에 따라 주가가 상승 반전할지, 아니면 하락세를 이어갈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순한 실적 수치보다 10나노미터(㎚) 칩에 대한 인텔의 설명과 해당 분야 경쟁에 대한 언급이 훨씬 중요하다는 게 존슨 테크니션의 설명이다. 시장에선 지난 3개월 다우지수가 1% 하락할 때 14%나 오른 대장주 애플의 실적 전망이 기술주를 비롯한 증시 전체의 방향타를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애플의 실적발표는 각각 25일과 내달 1일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