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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2시(현지시간) 폐쇄된 응우라라이 국제공항. 전날 출국해야 했다는 김모(27)씨는 “공항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기 위해 무턱대고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폭발 조짐을 보이는 아궁화산 분화 영향으로 폐쇄된 지 사흘이 지난 이날 공항은 우회 경로로 귀국하는 방법 등을 찾으려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국제 공항 안에 있는 의자에는 귀국길이 막막한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공항 안에서 운영하는 카페도 이미 만석이었다. 곳곳엔 가방에 머리를 베고 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이나 삼삼오오 모여 일회용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도 보였다.
휴가가 이미 그제 끝났다는 한모(37)씨는 “회사에서는 괜찮다고 하지만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를 줄 수 밖에 없어서 신경이 쓰인다”며 “상황이 갑자기 변할 수 있으니 일단 오늘 아침부터 공항에 와서 대기 중이다”라고 말했다.
발리 당국은 지난 27일부터 응우라라이 공항을 사흘째 폐쇄 중이지만, 6시간마다 체크해 상황이 나아지면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공항 출국 게이트 앞은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와 영국, 프랑스 등 서구권 국가의 국기가 놓인 책상이 일렬로 늘어져 있었다. 각국의 대사관 직원들이 발이 묶인 자국민들을 상담하기 위해 설치한 안내데스크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은 이날 오전부터 수라바야 주안다 국제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운영 중이다. 이날 오전에만 200여명의 한국 관광객들이 이 버스를 이용했다.
그러나 수라바야 주안다 국제공항으로 이동한다 해서 귀국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직원은 “현재 수라바야 주안다 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은 거의 다 예약이 끝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곳에서 다시 자카르타 공항으로 국내선을 타고 이동해 항공기를 타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저도 매진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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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직원과 20분가량 상담을 한 박모(43)씨는 공항밖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박씨는 “수라바야 주안다공항도 자카르타공항도 확실히 한국으로 갈 수 있는 보장이 없는데 무턱대고 갔다가 거기서 오히려 더 체류하면 어떻게 하나”라며 “같이 온 친척들과 좀 더 고민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어머니와 여행을 왔다는 이모(31)씨는 “비행기 표를 구한다고 해도 비용이 부담이다”며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 없는 노릇이고 어찌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파견 나온 대사관 직원들은 이날 새벽부터 수백명의 한국인 여행객들을 안내했다. 대사관 직원 3명 외에도 발리 교민 10여 명도 함께 안내 데스크를 지켰다.
교민 회장 윤경희(60)씨는 “공항 폐쇄 소식을 듣고 대사관에 연락해 나오게 됐다”며 “불안한 우리 여행객들이 상담 후 안심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좀 놓인다”고 말했다. 한 직원은 “그래도 오늘 새벽보다는 대기하고 있는 여행객들이 많이 줄었다”며 “오후엔 오전에 버스를 탄 200명보다는 이동하는 승객이 적을 것 같다”고 했다.
한편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식으로 발리 체류를 극복하는 이들도 있었다. 학원 강사인 백모(34)씨는 “천재지변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며 “현지인들도 큰 걱정을 하고 있지 않기도 하고 남은 기간 추이를 지켜보며 관광을 좀 더 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현지 주민들은 화산 폭발에 대해 크게 염려하지 않았다. 한 택시 운전사는 “공항은 화산에서 60㎞ 정도 떨어져 있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며 “발리 사람들은 대부분도 평소와 다름없이 지내고 있다”고 했다.
한편 발리 당국은 이날 오후 4시부로 응우라라이 공항 정상 운영을 시작했다. 당국자는 “풍향이 바뀌면서 공항 주변 상공에 대한 공항 운항 경보 단계가 최고 단계인 ‘적색’에서 ‘주황색’으로 바뀐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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