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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 美는 소비확대 '호재' 韓은 빚 늘리는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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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 기자I 2025.10.14 17:51:27

[인터뷰]'집값 상승 요인' 알고리즘 개발한 최상엽 연세대 교수
전세가율 기반 모형…‘좋은 붐·나쁜 붐’ 가른다
나쁜 붐은 부채 증가에 소비 위축
서울 집값 상승 65%가 '투자수요'
'똘똘한 한 채’ 세제 혜택 줄여야

[이데일리 최정희 이다원 기자] 집값이 오르면 미국에선 소비가 늘어나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한국에선 오히려 가계부채가 증가해 소비를 제약하는 역효과가 나타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다고 모든 집값 상승이 가계부채 증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상엽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와 이정혁 한국은행 조사역은 3년간의 연구 끝에 ‘좋은 부동산 붐, 나쁜 부동산 붐’(Good Housing Booms, Bad Housing Booms)이라는 제하의 논문을 통해 월 단위로 구분해 집값 상승이 좋은 붐인지, 나쁜 붐인지를 알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최근의 집값 상승은 ‘나쁜 붐’에 가깝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최근 연세대 상경대학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집값 상승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며 “실수요가 견인하는 ‘좋은 붐’은 경기 확대와 소비로 이어지지만, 투자 수요가 만든 ‘나쁜 붐’은 가계부채를 늘리고 경제를 갉아먹는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최상엽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가 지난 달 22일 연세대 상경대학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 집값 상승의 64%가 ‘투자 요인’

논문에 따르면 2007년 1월~올해 8월까지 176개 지역의 누적 기준 집값 상승 요인을 분석한 결과 전국 기준 투자 수요로 인한 상승 비중이 49.9%에 달했다. 실수요와 공급 요인에 의한 상승 비중은 각각 13.9%, 36.2%로 집계됐다. 서울의 투자 수요로 인한 집값 상승 비중은 64.5%로 전국 대비 월등히 높았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 구조를 활용, 전세가율(주택 매매 가격 대비 전셋값 비중)을 토대로 투자 수요를 측정했다. 매매 가격과 전세가격 간 차이가 클수록 투자 수요가 높다고 봤다. 최 교수는 “강남구 한 아파트는 40억원인데 전셋값은 8억원 정도”라며 “주거 서비스에 대한 가치는 8억인데 매매가는 이보다 다섯 배가 높다. 전세가율이 20%밖에 안 된다. 강북은 강남보다 전세가율이 높은데 강남 집을 샀을 때 집값 상승 기대감이 강북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한 투자 수요가 반드시 가격 하락 가능성, 거품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투자 수요로 인한 나쁜 붐이 집값 폭락보다는 가계부채 증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알고리즘을 활용하면 한 달 후쯤 월별 집값 상승이 나쁜 붐에서 일어나는지, 좋은 붐인지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집값 상승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대응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176개 지역의 집값 상승과 하락 요인을 제각각 파악할 수 있어 최근처럼 수도권과 지방의 집값이 차별화된 상황에서 각기 다른 처방전을 내릴 수도 있다.

최 교수는 “좋은 붐 혹은 나쁜 붐이 생기면 한 1~2년 시차를 두고 해당 지역의 거시 경제·고용 등의 변수에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좋은 붐은 해당 지역의 고용·생산 증가로 이어진다. 주거 서비스에 해당하는 전세가격이 오르고, 오른 전세가격이 매매 가격까지 자극하는 구조다. 반면 나쁜 붐은 가계부채를 유발해 소비를 제약하는 ‘부채 오버행’(Debt Overhang·과도한 부채 부담) 효과가 나타난다. 최 교수는 “한국에선 집값이 20억원, 30억원 된다고 하면 상급지로 갈아타기 바쁘다. 마포 살던 사람이 잠실 간다”며 “그로 인해 빚은 더 많이 내야 하고, 빚 증가로 인한 소비 둔화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최근 집값 상승 ‘나쁜 붐’이 주도, 부채 늘려 소비 위축

올해 집값 상승도 대부분 투자 수요에 의한 나쁜 붐이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월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제가 해제됐을 당시 서울 집값은 94.8%가 투자 수요에 의해 집값이 상승했다. 6·27 대출 규제가 나왔던 6월에도 87.9%가량이 투자 수요에 의해 올랐다. 대출 규제가 나온 직후인 7월에도 집값이 올랐지만 투자 수요 비중은 14.2%로 줄었다. 대부분 공급 위축 우려에 따라 집값이 올랐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공급’은 신규 주택 공급이 아닌 시장 매물 증감을 의미한다.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매도 수요가 급감해 매물을 거둬들인다면 이는 공급 부족으로 이어진다.

최 교수는 “7월엔 대출 규제로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된 상황에서 거래량은 줄었지만 일부 거래로 가격이 움직였다. 시장이 안정화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8월 들어 집값 상승 요인 중 투자 수요 비중이 72%로 올라갔다.

이러한 나쁜 붐이 가계부채 증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최 교수는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해 ‘똘똘한 한 채’ 신화를 깨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세제 등 규제가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도록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민 개개인 입장에서 보면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며 “‘세제’를 많이 건드려야 한다. 현재의 세제는 실거주 한 채에 유리한 구조다. 다주택자에 대한 페널티(양도소득세 중과 등)를 완화하고 장기적으론 보유세를 늘리는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투자 수요를 자극하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로 기준금리 인하가 거론된다.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하하면 3년간 투자 수요는 유의미하게 증가한다. 그렇다고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한다고 해서 투자 수요가 줄지 않는다. 정책 당국이 실수요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투자 수요를 억제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최 교수는 “주택은 가격이 떨어져도 주거 기능이 있기 때문에 가격의 하방 경직성이 강해 한 번 잘못된 정책으로 가격 수준이 올라가면 다시 낮추기 어렵다”며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릴 때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인하 등 거시건전성 대책을 함께 써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책을 설계할 때 주택이 재화이자 자산이라는 두 가지 성격이 있음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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