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배달의 민족(배민)이 최근 개편한 수수료 체계를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배민을 사용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사실상 일방적인 대폭 인상을 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수수료 인상이 곧 개개인의 호주머니를 노릴 것이라는 전망에 자영업자를 넘어 전 국민으로 우려가 확대하는 모습이다. 급기야 일부 지자체에서는 공공 배달앱을 만들겠다고 나서면서 갈등이 가시지 않고 있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난감한 모습이다. 무분별한 정액제광고(울트라콜) 사용을 막겠다고 내놓은 개선안이 도리어 역풍을 맞고 있어서다. 수익을 내야 하는 민간 기업인데 ‘독과점의 횡포’라며 뭇매를 맞는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배민 수수료 개편을 둘러싼 자영업자(소비자)와 회사 양측의 속사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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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은 수수료 개편 이후 불어날 광고비를 걱정하고 있다. 사실 자영업자들은 기존에 6.8% 수수료를 내는 ‘오픈리스트’에 부담을 느껴 정액제인 ‘울트라콜’을 주로 사용해 왔다. 그런데 이번 수수료 개편에 ‘울며 겨자먹기’로 정률제 서비스에 참여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예컨대 월매출 1500만원에 울트라콜 5개를 운영하던 업체가 오픈서비스로 전환할 경우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44만원에서 87만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난다.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기존에 하던 울트라콜을 제한선(3개)으로 유지할 경우엔 부담금은 113만원으로 더 올라간다.
배민으로 음식을 시키던 소비자들도 수수료 인상이 달가울 리 없다. 수수료 인상이 곧 가격 인상으로 돌아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초창기 없던 최소 주문금액 규정은 물론 거리별 배달 수수료까지 받아 들였는데 음식값 인상까지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우아한 형제들은 논란이 커지자 수수료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이번 달 오픈서비스 비용 절반을 자영업자에게 돌려주겠다며 한발 물러선 상황이다. 그러나 이전 정액제 수수료 정책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 못 박으며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2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우아한형제들을 4조7500억원에 인수하며 국내 배달 시장이 사실상 독과점을 앞둔 상황에서 이번 수수료 개편이 본격적으로 수익을 끌어올리려는 전략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수수료 개편은 오랜 기간 논의한 문제로 인수합병(M&A)과 관련 없다는 게 우아한 형제들 설명이지만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을 훌쩍 넘기는 M&A 논의 과정에서 수익성 강화에 대한 얘기가 빠졌을 리 없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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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형제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오랜 기간 지적된 ‘깃발 꽂기’(정액제인 울트라콜 남발로 상대적으로 영세업자들이 광고 손해를 보는 것)를 막기 위해 서비스를 개편하고 수수료까지 세계 최저수준(6.8%→5.8%)으로 내렸는데 ‘독과점 횡포’ 키워드만 부각되며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어서다.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지만 우아한 형제들도 이번 수수료 개편으로 일정 부분 수익성 증대를 염두에 뒀을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거침없이 늘어나는 매출액과 달리 수익성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우아한 형제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5654억원으로 전년 동기(3145억원) 대비 80%나 성장했다.
남부럽지 않은 외형 성장과 달리 수익성은 초라하다. 우아한 형제들은 지난해 영업손실 364억원, 순손실 756억원을 기록했다. 한 해 전인 2018년 영업이익 525억원에 순이익 20억원을 기록하며 숨통을 틔우나 싶더니 다시금 수익성이 쪼그라든 것이다.
배달대행 서비스 ‘배민 라이더스’와 ‘B마트’ 등 신사업 전개로 판매촉진비가 2018년 91억원에서 지난해 966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고 배민 라이더 인건비 지출이 더해지며 외주 용역비도 562억원에서 1436억원으로 2.5배나 증가했다. 수익성 강화를 위한 개선책이 절실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업계에서는 우아한 형제들에게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의견과 상황을 사려 깊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아한 형제들도 결국 수익을 걱정해야 하는 민간 기업이다 보니 수수료 개편에 대한 고민을 해 왔을 것”이라며 “서양과 달리 서비스 이용에 대한 지출에 인색한 국내 상황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부정 여론을 부추긴 데는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에도 일단 수수료 개편을 시행하자는 태도도 한몫했다”며 “수수료 개편에 앞서 자영업자들과 서비스 개편 방안을 추가로 논의했다면 지금과 같은 논란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