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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5분만에 125억 ‘순삭’..경매장같은 예산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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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영 기자I 2018.11.26 17:40:02

실제 예산심사 들여다보니..'핑퐁식'심사
예산소위 10일 간 470조 예산안 심사
물리적으로 '불가능'..구조 변화 '절실'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 조정소위원회에서 안상수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100억원 더 삭감하자”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 “200억 증액 중 100억 삭감됐고 여기서 50억 삭감하자”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최대 120억 삭감을 생각하고 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럼 125억으로 정리하자” (안상수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지난 25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조정소위원회 회의실. 이 짧은 대화동안 정부가 기존 540억원에서 750억원으로 200억원 증액한 ‘모태펀드 문화계정 출자’ 사업 예산이 순식간에 125억원 삭감됐다. 기존 상임위에서 올라온 ‘100억 삭감’에 ‘25억 삭감’이 더해진 결과다. 눈깜짝할 새 수백억이 오가는 모습에 마치 영화에서만 보던 경매현장이 떠올랐다.

예산심사는 국회의 주요 업무다. 행정부가 올린 정부 원안을 꼼꼼히 따지는 역할이다. 그러나 국회는 매년 ‘벼락치기’ 예산심사를 진행한다는 비판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예산심사 과정을 들여다보니 전문성있는 심사는 찾기 힘들었다. 심사는 대체로 ‘핑퐁’식이었다. 야당이 삭감 요구하면 여당이 방어 논리를 편다. 위원장이 중간 정도 액수로 중재해 제시한다. 이를 받아들이면 그대로 내년도 예산으로 확정된다. 반면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면 일단 보류한 뒤 소(小) 소위로 넘긴다. 소소위는 회의록을 남길 필요가 없어 ‘깜깜이’ 심사로 불린다.

예결위원들도 할 말은 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맡겨놨기 때문이다. 열흘 남짓한 활동 기간동안 470조 예산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러다보니 주말은 물론 새벽까지 심사가 이어진다. 24일 새벽 새벽 1시15분께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사람이 둘로 보인다”고 농담을 던질 정도 였다. 심도깊은 심사가 이뤄질리 만무하다.

이에 예산심사 절차를 새로 짜야 한다는 지적이 매년 반복돼 왔다. 현재 예결위는 상설 상임위가 아니라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특별위원회’다. 각자 상임위서 활동하던 의원들이 약 2달간 ‘바짝’ 예산을 들여다본다. 애초에 예산전문가를 키울 수 없는 구조다. 이러다보니 국가 재정을 거시적으로 바라보기보다 ‘지역구’ 챙기기 관점에서 예산을 바라볼 위험도 커진다.

470조 규모의 내년도 예산은 슈퍼예산으로 불린다. 증가한 액수만큼 책임도 뒤따른다. 하지만 벼락치기를 자초하는 현재 구조로는 악습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당장 올해부터라도 예산 심의를 개선해야 할 특단의 조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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