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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전국 주유소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ℓ)당 1953.74원이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948.97원으로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섰다. 국내에서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추월한 것은 오일 쇼크가 극에 달했던 지난 2008년 6월 이후 14년 만이다. 통상 국내 주유소에서의 경유 판매가격은 휘발유보다 ℓ당 200원가량 저렴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럽 지역 경유 수급 차질로 경유 가격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 1일부터 적용된 정부 유류세 인하 폭 확대도 한몫했다. 석유제품 간 상대가격비를 정해 이 비율을 맞추려 유류세를 석유제품마다 다르게 부과한다.
휘발유와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비율은 100대 85대 50이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0%로 확대하면서 휘발유 유류세는 ℓ당 746원에서 500원으로 246원이 내렸고, 경유 유류세는 ℓ당 529원에서 355원으로 174원이 인하됐다. 정률 인하이다 보니 경유 유류세 인하 폭이 상대적으로 작을 수밖에 없었다.
경유 가격 폭등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계는 바로 화물운송 업계다. 보통 화물 운전자들의 유류비 비중은 수입의 40~50%가량을 차지한다. 최근 경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화물 운전자들의 유류비 비중은 60~70%까지 확대했다.
화물업계 관계자는 “중대형 화물트럭 운전자 유류비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다”며 “운수업계 생계가 달린 만큼 정부에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유는 휘발유에 비해 유류세가 적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확대한 영향이 크지 않다. 피부에 와 닿는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화물업계 관계자는 “유가 등 운송비용이 운임에 반영되지 않다 보니 화물운송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유가변동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중장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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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 가격 상승은 택배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국내 택배업계 1위인 CJ대한통운(000120)만 해도 지난 한 해 경유 2971㎘를 쓰며 경유 관련 비용만 40억원을 지출했다. 경유(디젤) 자동차 수요도 감소할 수 있다. 경유차는 가솔린차보다 연비가 좋고 유지비가 적게 든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경유 가격이 휘발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장점이 많이 희석된데다 대기오염 주범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하면서 수요가 줄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경유차 신규 등록 대수는 2만 9085대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0.7% 감소한 수치다.
문제는 경유 가격 상승이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내 정유 4개사만 보더라도 정기 보수를 실시하는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하면 SK이노베이션(096770)·GS칼텍스·에쓰오일(S-OIL(010950)) 모두 정제설비(CDU) 가동률이 95% 안팎에 이른다. 정유사들이 경유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화물과 택배 등 운송업계가 경유 가격 상승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멈춰 서기 시작할 경우 물류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는 제조기업들의 원재료 수급과 제품 공급에 차질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제조기업들이 생산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여파가 거셀 수도 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국제적 요인으로 유가가 뛰는 속도가 정부 대책 마련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에 운송업계 등이 타격을 심하게 받게 된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화물운송 업계 등의 생계유지를 위해 3개월이나 6개월 등 한시적으로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