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핵화 해법을 둘러싼 북미간 줄다리기가 팽팽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북미 양측의 압박 속에서 진퇴양난이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설득에 실패할 경우 대북 영향력도 잃을 수밖에 없다. 다만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올 경우 문 대통령의 발걸음은 보다 가벼워진다. 대북특사 파견이나 4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 북측이 문 대통령의 중재에 호응할 경우 제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도 상반기 중으로 가시권에 접어들 수 있다.
◇文대통령, 12일 새벽 트럼프와 120분 정상회담…한반도 운명 좌우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7번째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약 40여일만에 한미정상이 만나게 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10일 오후 미국 워싱턴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 영빈관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이후 현지시간 11일 오전 영빈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차례로 접견한 뒤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친교를 겸한 단독회담, 핵심 참모들이 배석하는 확대회담을 겸한 업무오찬을 갖는다. 김정숙 여사는 멜라니아 여사와의 단독오찬을 가지며 내조외교에도 나선다.
최대 관심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120분간 만남이다. 문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 △한미동맹 기조 재확인 △북미 설득 중재안 제시를 통해 북미대화 진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회담 결과에 따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운명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열리는 11일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정상회담을 겨냥해 전략적인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설득에 성공하면 북미·남북관계는 또다시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북미대화 조속 재개와 성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히든카드는 ‘굿 이너프 딜(good emough deal, 충분히 좋은 거래)’과 ‘스냅백(snapback, 합의 위반시 혜택 철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美 일괄타결 빅딜 vs 北 단계적 해법 갈등 속 文대통령 중재 여부 관심
비핵화 정의와 구체적인 이행방식을 둘러싼 북미간 갈등은 첨예하다.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진 이후 제재완화 등 보상이 가능하다는 이른바 일괄타결식 빅딜해법을 선호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비핵화 단계별로 상응하는 제재완화 조치 등을 촉구하는 단계적 해법을 주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미 양측을 만족시킬 묘수를 찾고 있다. 핵심은 ‘굿 이너프 딜’이다. 이는 포괄적인 비핵화 로드맵 합의를 바탕으로 단계적 동시이행 원칙을 강조하는 것으로 북미 양측의 입장을 조율한 가장 현실적인 중재안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스냅백(snapback, 합의위반시 혜택철회)이 언급될지도 관심사다. 앞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달 15일 평양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에서 스냅백을 전제로 제재완화에 합의했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미측이 주장하는 빅딜에서 20% 정도만 양보해달라는 수준으로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미국의 구체적 양보방안과 관련,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 등은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북한의 에너지 분야에 대해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수준의 제재완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한미정상회담 이전에 열리는 북한 최고인민회의와 관련, “비핵화와 관련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수준의 원론적인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이후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