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 간판스타 소리꾼 김준수(31)가 창극이 아닌 뮤지컬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오는 23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마지막으로 공연하는 뮤지컬 ‘서편제’에서 주인공 동호 역을 맡았다. ‘서편제’는 원작 저작권 사용 만료로 이번이 마지막 공연. 김준수의 뮤지컬 도전은 지난 2월 폐막한 뮤지컬 ‘곤 투모로우’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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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동호는 또 다른 주인공 송화와 함께 의붓아버지 유봉 밑에서 소리의 꿈을 키우는 인물이다. 소리를 향한 못다 이룬 꿈을 자식들을 통해 풀려는 유봉에 대한 답답함과 원망 속에서 가족을 떠나 밴드 보컬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지만, 결국엔 다시 자신만의 소리를 찾아 나선다.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부터 월출산에서 스승 박금희 명창으로부터 소리를 배운 김준수에게 동호는 여러 면에서 가깝게 느껴지는 캐릭터였다.
“소리를 좋아해서 시작했지만, 20년 넘게 소리를 하며 소리꾼으로 갖춰야 할 격식을 한 번도 거절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걸 깨뜨렸을 때 엄청난 일이 생길 것 같았고요. 그런데 ‘서편제’가 보여주듯 이제는 소리꾼들에게 다양한 것을 요구하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동호 또한 소리가 싫은 게 아니라, 아버지가 강요하는 소리가 싫었던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동호가 밴드 음악으로 일탈을 맛보듯 김준수는 뮤지컬을 통해 일탈을 경험하고 있다. 평소 창극에선 연기하기 힘들었던 캐릭터이기에 또 다른 연기를 맛보고 있다. 무대에서 인물에 공감하며 눈물을 쏟아내고 감정을 터뜨리며 배우로서의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김준수가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흔적’. 그는 “어렸을 때 엄마 손을 잡고 다른 손에 부채를 들고 소리를 배우러 가던 때가 기억이 난다”며 “소리를 배우며 좋았던 기억, 안 좋았던 기억을 모두 생각이 나게 하는 넘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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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소리꾼이라는 본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방면에서의 활동을 통해 대중이 국악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다. 김준수는 “지금도 그렇고 10년 뒤, 20년 뒤에도 ‘뿌리가 단단한 소리꾼’이 되고 싶다는 것이 나의 철학이자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처음 소리를 배우고 나서 초등학교 친구들 앞에서 ‘흥부가’ 중 놀부에게 쫓겨나는 대목을 부른 적이 있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소리를 감정에 빠져 부르는데 친구들은 공감을 못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소리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 것 같아요. 저의 본질은 흔들리지 않는 소리꾼입니다. 소리를 늘 놓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시도를 하는 ‘소리꾼 김준수’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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