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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비닐 대란 대책 발표에도 혼선 여전…'언 발에 오줌누기'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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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 기자I 2018.04.02 18:30:12

해외 TF 가동·폐기물 처리 비용 규정 개선 추진
정부 현장 점검 불구 일부 지역 수거거부 여전
업계 "반쪽짜리 의견 수렴…일부 업체 여전히 거부"
전문가 "재활용문제 원점 검토·중장기 대책 마련 필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공동주택에서 민간재활용수거업체들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1일부터 폐비닐과 스티로폼류 수거를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환경부는 2일 업체들과의 협의를 통해 정상수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7일 인천의 한 재활용 수거업체에 폐비닐들이 쌓여 있는 모습.(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정부가 2일 재활용품 가격 하락으로 타격을 받은 업체들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폐비닐·폐스티로폼은 종전대로 정상수거된다. 하지만 주민들과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재활용 시장 구조를 안정화할 장기적이고도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언제든 이같은 혼란이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비용 부담 개선·해외 재활용품 시장 개척 TF 가동

환경부는 이날 오전 “수도권 내 48개 재활용업체 모두가 폐비닐 등 분리수거 거부를 철회하고 정상적으로 수거 업무를 진행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재활용품 가격 하락 등 업체들의 우려를 감안한 정부 지원 대책을 설명하고 아파트와 수거업체 간 계약을 독려하며 정상 수거를 요청한 결과 종전처럼 폐비닐 등 분리수거 행위가 곧 정상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선 업계의 폐기물 처리 비용 부담을 해결할 긴급 지원책을 마련했다. 지금까지는 수거업체에서 폐기물들을 선별해 남은 잔재물을 사업장 폐기물로 처리해 소각 비용 부담(1t 당 20만~25만원)이 컸다. 환경부는 앞으로 잔재물을 생활폐기물(소각 비용 1t 당 4만~5만원)로 처리할 수 있게 이달 내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업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폐비닐 등 주요 품목에 대해서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지원금을 조기에 지급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EPR은 음료수 등을 일회용기에 담아 파는 제조업체에게 분담금을 내도록 한 것을 말한다.

환경공단과 환경산업기술원, 유통센터 등을 통합한 해외 재활용품 시장 개척 태스크포스(TF)도 이달 초 가동한다. 환경부는 “베트남 등 동남아 폐기물 수입업체의 정보를 수집해 수요처를 파악하고 이를 국내 재활용 업체와 연계할 수 있는 매칭 서비스 및 행정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의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할 지침 개정 역시 준비 중이다. 환경부는 업체의 수거거부 등을 이유로 폐기물 처리체계가 변동했을 시 지자체가 사전 보고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과 공동주택에서 배출되는 재활용품은 일괄처리(전량 민간수거 또는 전량 지자체 수거)해야 한다는 조항 등을 신설할 방침이다.

“수거 거부 철회 합의한 적 없어”…현장 혼선 여전

하지만 업체들은 이번 대책이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대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수도권 내 A재활용 선별 업체 관계자는 “환경부가 수도권 내 모든 재활용 업체(48곳)와 합의를 마쳤다는 건 반만 사실”이라며 “합의를 마친 곳은 재활용 수거 업체보다 상위에 있는 ‘재활용 선별업체’인데, 재활용 업계 내에서는 아파트와 업체 간 계약을 주선하는 계약 업체, 재활용을 직접 수거하는 업체와 이 업체들을 뒷받침하는 각종 하청업체 등 여러 종류의 업체가 존재한다. 이번 대책은 최종 처리 업체인 선별 업체하고만 합의된 사안이기 때문에 완벽히 합의를 이루어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B재활용 수거 업체 관계자는 “우리 업체는 환경부에 폐비닐, 스티로폼 수거 거부를 철회하겠다고 직접적으로 합의한 바 없다”며 “일부 선별업체들의 승낙으로 업계 전체의 의견이 대표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C재활용 선별 업체 대표는 “정부에서는 일단 업체 측에 잔재물 처리 비용 부담을 덜어줄테니 깨끗한 폐기물을 선별, 수거해 보다 질 높은 폐기물 자원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문하고 있는데 깨끗하고 질 좋은 폐기물이 무엇인지, 어떤 폐기물을 수거하고 하지 말아야 할 지 등 구체적 기준이 정해진 게 하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재활용 시장의 수익성 하락이 업계를 옥죄는 상황을 벗어나게 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쓰레기 대란과 쓰레기 대란을 둔 업체 간 ‘폭탄 돌리기’, ‘잘못 떠넘기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활용 시장 수익성 약화 해결할 중장기 대책 마련돼야

전문가들도 중장기적인 재활용 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기 위해 재활용 처리 문제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승무 순환경제연구소장은 “단기적으로는 남미나 동남아 지역 등 중국 대신 폐자원을 수출할 대체 국가를 찾아나서는 방법이 있겠지만 이같은 현상을 해결할 근본 대책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며 “결국 폐자원을 화학연료나 재생원료로 에너지화하는 화학산업을 활성화시키는 등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방안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플라스틱 및 스티로폼 제품의 생산 및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하며 올바르고 철저한 분리배출 습관이 정착할 수 있게 홍보활동도 활성화해야 한다”며 “폐기물 관리를 각 지자체의 의무로만 돌리지 않고 정부가 나서서 체계적인 관리, 감독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더 큰 불이 일어나는 것은 막았지만, 앞으로 이런 문제 자체의 발생을 막을 중장기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과거 정부에서 실천되었던 모범적인 일회용품 감량 대책이라든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실시 중인 고품질 플라스틱 생산 대책 등을 참고, 검토해 궁극적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거나 재생 가능한 플라스틱 폐기물 자원 비중을 늘릴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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