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이러지도 저러지도…'괴로운' 유승민

박경훈 기자I 2018.12.20 18:01:38

'친유' 대구지역 전직 위원장들 한국당행
바른미래 내 입지 점점 축소
한국당 '이 갈고 있는 친박' 있어 복귀도 어려워
'기다림' 외에 퇴로 없어..4월까진 '잠행' 불가피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7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농성 중인 손학규 대표를 찾아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전 대표)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빠졌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2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와 4월 재보궐 때까지 ‘잠행’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18일 정치권의 관심은 이학재 의원의 한국당 복당에 집중됐다. 이 의원은 이날 한국당행 소감을 밝히며 “지난 2년, 무너진 보수를 되살리고자 했다”며 “야권. 특히 보수야권은 분열돼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하지 못한다는 국민의 따가운 질책을 듣고 있다. 한국당에 돌아가 보수의 개혁과 통합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공교롭게 같은 날, 대구에서는 류성걸 전 의원 등 바른미래당 전직 당협위원장 출신 4명의 인사가 한국당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 복·입당을 선언했다. 이 중 류 전 의원은 유 의원의 측근인사로 분류 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바른미래당도 모르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미래당 내 옛 바른정당계 인사들이 한둘씩 빠져나가며 유 의원의 입지는 더욱 좁혀지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유 의원에 대해 ‘이를 갈고’ 있는 친박이 있는 한국당으로 돌아갈 명분도, 바른미래당 내에서 목소리를 낼 힘도 없다는 평가다.

유 의원은 이달 초 한 대학 강연에서 “‘당내에서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이야기 하는 분들, 안보와 경제, 복지에 대해 생각을 같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괴롭다”고 말했다. 사실상 중도개혁을 지향하는 손학규 지도부를 겨냥하는 말이었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당에 들어와서 함께 이야기를 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옛 바른정당 출신의 현 당 지도부를 제외하고 유 의원과 입장을 같이 할 인사는 넓게 봐야 이혜훈·지상욱·정병국·이언주 의원 정도다. 수적 열세로 유 의원이 보수를 당내에서 이야기해도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당내분란으로 비칠 공산 또한 크다.

그렇다고 개혁보수를 외치며 당시 새누리당을 뛰쳐나가 신당을 만든 유 의원이 무턱대고 복당하기도 명분이 부족한 상태다. 친박계의 강한 거부감도 문제다.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 초반기에는 ‘보수대통합’이라는 프레임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간 움츠려 친박계 의원들이 나경원 원내대표 당선에 한몫했다며 기지개를 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적어도 차기 한국당 전당대회와 4월 재보궐까지 ‘기다림’ 외에는 유 의원의 퇴로가 없다는 목소리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유 의원이 지금 갈 곳도, 할 수 있는 것도 딱히 없다”면서 “한국당이 위기에 빠진 후 몸값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만기 후 친박신당이 창당되는 정도가 그 시나리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