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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퍼 모자를 푹 눌러쓰고 운구행렬을 기다린 김정희(71·여) 씨는 김 전 대통령이 상도동에서 살기 시작한 해인 1969년 상도동에 시집을 왔다고 했다. 그는 “사저 뒤에 조깅을 하던 동산에서 많이 뵀다. 운동하다가 마주치면 악수와 함께 인사를 나눴는데 ‘운동 나오셨나봐요’하고 말씀하던 게 생각난다. 손이 참 따뜻했다”고 말했다.
김모(78) 씨는 상도동에 이사 온 지 1년 밖에 되지 않았다. 동네에서 김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나본 적도 없지만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키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김 전 대통령을 만나 뵌 적은 없다. 하지만 국가를 위해 평생을 헌신한 분의 마지막 가는 길을 모른 척 할 수가 없었다. 가시는 길 지켜보는 게 국민으로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의 운구차는 오후 4시 10분께 고인이 반평생을 살아온 사저에 도착했다. 영정사진을 든 김 전 대통령의 손자이자 장남 은철씨의 아들 성민 군이 내렸다. 김군이 앞장섰고 그 뒤를 유족 15여명이 따랐다. 유족들은 천천히 안방에서 1분 가량을 머물다가 쇼파가 놓여진 거실로 자리를 옮겼다. 거실에는 2인용 쇼파와 3인용 쇼파가 양 옆에 놓여져 있었고 김 전 대통령이 평소 앉았을 것으로 보이는 1인용 쇼파가 있었다. 고인의 영정은 이 자리에서 잠시 머무르며 상도동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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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동에서 22년간 거주해 온 조순정(55·여)씨는 “아이들이 김 전 대통령을 종종 봤다고 하는데 편안하고 자상하신 분이라고 기억한다”며 “나라를 위해 애쓰신 분이고 동네주민이기도 하신데 안타깝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40여 년을 상도동에서 살았다는 신모(80) 할머니는 “공원 운동을 계기로 김 전 대통령을 알게 돼 당원 활동에도 뛰어들었다. 거제도에서 치른 고인의 부친 장례식도 다녀왔었다”며 “정 많으셨던 분이신데 이렇게 일찍 가실 줄은 몰랐다. 민주화를 위해 독재와 싸우셨던 멋진 대통령이었다”고 말했다. 신 할머니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운구차는 이 곳에서 50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건립 중인 김영삼 대통령 도서관을 서행 통과해 동작동 현충원으로 향했다. 주민들 70여 명도 그 행렬을 따랐다. 김 전 대통령을 생각하며 국화를 샀다던 김모(80) 할머니는 한 손에 국화를 꼭 쥔 채 그 행렬을 뒤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