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상 인터뷰로 만난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빈(24)은 11년 전 정명훈 지휘자와의 첫 만남을 이같이 떠올렸다. 네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한 이수빈은 초등학생이던 2013년 서울시립교향악단 ‘어린이날 음악회’에서 정명훈의 지휘로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3악장을 협연했다. 당시 19세였던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이 무대에 함께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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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코리아 오케스트라는 정명훈 지휘자가 남북한 교류를 목적으로 국내 오케스트라 전·현직 단원과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출신 연주자 등을 모아 결성한 악단이다. 2017년 창단공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매년 1회 정기공연을 개최하고 있다. 그동안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2017년), 임윤찬(2022년) 등이 이들과 협연자로 함께 했다.
이들의 뒤를 이어 정명훈이 선택한 연주자가 바로 이수빈이다. 이수빈은 지난해 캐나다에서 열린 몬트리올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바이올린 부문 3위를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 8월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가진 리사이틀에서도 빼어난 연주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이번 공연에서 연주하는 작품 또한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11년 전에는 3악장만 연주했지만, 이번엔 전체 악장을 모두 연주한다. 이수빈은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은 바이올린을 위해 가장 잘 쓴 작품이라 바이올리니스트에게는 ‘꿈의 협주곡’이다”라며 “발레를 보는 것처럼 이 곡을 연주하면 흥분되면서 만족감이 크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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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둥이 막내로 태어난 이수빈은 자신보다 먼저 악기를 배운 언니들과 오빠의 영향으로 악기 연주를 시작했다. 처음엔 피아노를 배웠지만 흥미를 못 느꼈다. 그래도 바이올린은 손에서 놓는 게 싫을 정도로 즐거웠다. 한국예술영재교육원과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지난해 세상을 떠난 김남윤 교수의 가르침을 받았다. 현재는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미리암 프리드를 사사하고 있다.
정명훈, 정경화 등 거장의 칭찬과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만큼 기분이 으쓱할 법도 하다. 이수빈은 그런 칭찬에 만족하지 않고 매일 자신만의 루틴을 지켜가며 연주자로서의 길을 차근차근 걸어가고 있다. “혼자인 시간이 많은 연주자에게 중요한 것은 긴 시간 반복된 연습으로 노력을 이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수빈의 꿈은 “꾸준히 기억되는 연주자”다.
“유명하고 성공한 연주자는 많죠. 하지만 연주가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제 연주가 누군가에게 특별한 기억을 심어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연주자는 작곡가가 쓴 음악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에 담긴 사연을 어떻게 더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책임감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