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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이날 전용기와 차량을 이용해 오후 1시30분께 현장에 도착, 약 15분간 피해지역을 둘러보고 피해 상인들을 위로했다. 박 대통령은 상인들에게 “여기에 오는 데 대해 많은 고민을 했지만 도움을 주신 여러분이 불의의 화재로 큰 아픔을 겪고 계신 데 찾아뵙는 것이 인간적인 도리가 아닌가 생각해서 오게 됐다”며 “힘들 때마다 힘을 주셨는데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여러분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정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신속히 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동행한 정연국 대변인이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대구시와의 협의를 통해 서문시장에 긴급자금 지원과 임시 장터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피해 상인들을 위한 저금리 긴급안정자금 및 미소금융을 통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세금 및 공과금 납부 유예 등의 추가 지원도 검토 중이다. 정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피해 상인들을 만나서 손이라도 잡고 직접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자 했지만 화재 현장에 아직 진화 작업이 계속되고 있어 그럴 수 없었다”며 “현장 한쪽에서는 화재 감식반들이 현장 조사를 계속하고 있어 현장에 계속 있으면 도움이 안 되고 피해만 줄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검정 패딩에 회색 정장 바지 차림의 박 대통령은 평소보다 약간 부은 얼굴로 시종일관 심각한 표정이었다. 이따금 ‘박근혜 힘내라’ ‘화이팅’이라는 응원의 목소리에 가볍게 웃으며 눈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상인들 대부분은 박 대통령의 방문에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는 등 예전처럼 ‘아이돌 스타 등장’과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사실 서문시장은 박 대통령을 향한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TK)의 민심이 응축된 곳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고전하던 2004년 총선 당시 반전의 역사를 쓰며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칭이 만들어진 곳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거취까지 불투명한 ‘최순실 정국’ 속에서도 외면하지 못하고 굳이 현장을 찾은 이유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순수한 마음으로 조용히 다녀오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출입기자단에 별다른 공지도 없이 수행 인원을 최소화한 채 움직였으며, 상황실인 재난현장 통합지원본부도 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