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깊어지는 현산, 맥킨지 컨설팅 결과 촉각
업계에서는 현산이 맥킨지가 내놓을 컨설팅 결과를 얼마나 수용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맥킨지는 이미 과거 국내 대기업에 대한 부적절한 컨설팅으로 구설에 오르며 그 명성에 흠집이 난 상태기 때문이다. 두산그룹, LG전자, 대우조선해양 등이 대표적이다. 대체로 시장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컨설팅 결과에 해당 기업들은 사업재편에 실패하고 말았다.
일각에선 맥킨지의 컨설팅 결과가 되레 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M&A 전략에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더 나아가 현산이 대형 항공사 PMI 경험이 많지 않은 맥킨지에 PMI를 의뢰한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얘기마저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경우 2008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다 포기한 한화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한화는 딜이 중단된 후 9년에 걸친 법정 소송 끝에 이행보증금 3150억원 중 절반 이상(1951억원)을 돌려받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상당수 기업들은 과거 주요 대기업들에 대한 컨설팅 실패 전례를 들어 맥킨지에 용역을 맡기는 자체를 꺼린다”며 “이번 맥킨지의 아시아나항공 PMI 컨설팅 역시 또다른 실패 사례로 남게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어 “컨설팅 결과는 주요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참고사항이라는 점에서 현산은 맥킨지의 권고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다만 항공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의지가 강한 만큼 현산이 새로운 계약조건 변경을 요구하며 딜을 완주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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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신뢰가 추락한 맥킨지 컨설팅의 실패 사례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두산그룹의 경우 1990년대 중반 “소비재보다는 중공업으로 전환하라”는 맥킨지의 컨설팅을 수용했다가 후폭풍을 맞았다. 당시 그룹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던 박용만 회장은 맥킨지 출신 인사를 잇달아 두산그룹 고위임원으로 영입해 M&A를 진행했다. 맥킨지의 컨설팅대로 OB맥주, 코카콜라, 처음처럼 등 기존 소비재부문을 매각한 뒤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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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도 맥킨지 컨설팅의 대가를 치뤘다. 2009년까지만 해도 매출 50조원대에 영업이익 3조원에 육박했던 LG전자는 “기술보다는 마케팅에 투자하라”는 맥킨지의 컨설팅 결과를 받아들였다. 당시 남용 부회장은 사내 임원 8명중 7명을 외국인으로 채우기도 했다. 맥킨지는 특히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려 할 때 남 부회장에게 ‘스마트폰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마케팅에 집중한 LG전자는 1년 만에 영업적자로 돌아섰으며 대세가 된 스마트폰 시장을 놓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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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맥킨지를 포함한 외국계 컨설팅사들은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 컨설팅 붐으로 썰물처럼 들어왔다 재미를 톡톡히 봤다”며 “하지만 잘못된 컨설팅으로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낭패를 본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