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아시아나항공(020560)이 지난해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의견 ‘적정’으로 만회했지만, 신용등급 하향 압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미 감사의견 ‘한정’으로 회계 신뢰성이 훼손됐으며,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대폭 확대되는 등 유동성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변경된 재무제표 수치를 반영해 3개월 내 신용등급 하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감사보고서 기재정정 공시를 통해 감사의견이 ‘감사범위제한으로 인한 한정’에서 ‘적정’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계속기업 존속불확실성 사유 해당여부도 ‘해당’에서 ‘미해당’으로 변경됐다.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이 지적했던 에어부산을 종속기업으로 분류한 데 따른 자본총계 과소계상과 마일리지이연수익, 운용리스항공기 정비충당부채 관련 수정사항을 반영한 것이다.
지난 22일 아시아나항공이 감사의견 ‘한정’의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면서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현재 ‘BBB-’인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과 ‘A3-’의 기업어음,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 모두 하향검토 대상에 등재했다. 회계정보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됐고, 재무제표 상의 실적이 잠정실적 대비 대폭 저하됐다는 것이다. 회계정보 신뢰성 저하로 자본시장 접근성이 저하돼 유동성 위험이 재차 부각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아시아나항공이 2영업일 만에 감사의견 ‘적정’으로 등급 하향검토 대상에 올랐던 직접적인 사유는 해소됐지만, 신용평가사들의 기본 입장은 변함이 없다. 신평사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회계적인 신뢰도가 떨어졌으며, 감사의견이 적정으로 나왔다고 해서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던 것을 바로 바꾸지는 않는다”며 “실적 저하추세, 유동성 위험 등을 추가적으로 검토해 3개월 내 신용등급 하향에 대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우려는 이미 2017년 말 단기 차입금이 2조원에 달하면서 불거졌다. 지난해 CJ대한통운 지분 매각. 금호사옥 매각, 항공기 선급금 반환 등을 통해 지난해말 기준 1조3000억원 규모로 줄였지만, 원리금 분할 상환 부담이 생기는 금융리스 차입금과 유동화 차입금 비중이 여전히 높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차입금 중 일부가 부채비율 1000% 초과, 회사채 신용등급 BBB- 미만 등의 경우 조기지급 사유가 발생하는 조건이 달려있어 회사 입장에서는 부채비율과 신용등급 방어에 나서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적정 감사의견을 받기 위해 외부감사인의 지적을 받아들이면서 지난해 실적이 더욱 악화된 상황이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88.5% 감소한 282억원으로 대폭 쪼그라들었으며, 2000억원 가까운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부채총계도 재감사를 거치며 종전 696억원에서 710억원으로 늘어 지난해 부채비율은 649.3%로 전년대비 83.3%포인트 올랐다. 올해부터 운용리스를 부채로 인식하는 국제회계기준(IFRS) 변경을 반영할 경우 부채비율은 800%를 넘겨 재무구조 악화 압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실적 저하가 일회성에 그칠지, 이익창출력 자체가 하락할 것인지에 따라 신용등급 방향성이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항공산업 영업환경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중국 관광객 회복과 견조한 해외여행 수요가 기대되지만, 화물운송 부진이 지속되고 신규 항공사 면허 발급으로 동남아 노선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국제유가, 환율, 금리 등 외부 변수에 크게 노출된 만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은 유동화차입금 등의 차환자금을 마련하는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선결되고, 시장 신뢰 회복과 브랜드 가치 손상을 막는데 치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