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KT ENS 신탁에 가입했다가 피해를 본 투자자 48명이 조정을 신청한 사건에 대해 불완전판매가 인정된 26명에 대해 기업은행이 손해배상금을 즉시 지급하도록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불완전판매가 확인되지 않은 22명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렸다.
KT ENS는 지난 2013~2014년 태양광 발전 및 재생에너지 건설사업(PF) 시공사로 참여하면서, 발전소 건설자금을 조달하려 만기 1~4개월짜리 ABCP를 발행해 투자자로부터 사업자금을 모집했다. 이 자금은 KT ENS가 지급보증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ABCP는 기업은행과 부산·경남·대구은행 등에서 특정금전신탁의 형태로 판매됐다.
그런데 2014년 KT ENS가 1조8000억원 규모의 사기대출에 연루된 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사달이 났다. 결국 ABCP 상환이 이뤄지지 않는 사태가 발생하며 총 634명이 투자한 804억원이 묶인 것이다. 당시 투자자들은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는데 일부 기업과 경남을 포함한 몇 곳에서 불완전판매가 적발됐다.
문제는 손해를 배상받으려면 손실액이 확정돼야 하는데, 해외(루마니아) PF 사업장의 경매절차가 지지부진하고, KT ENS 회생계획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현재까지 투자손실이 얼마인지 객관적으로 계산하기 어려워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불완전판매처럼 은행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언제 회수될지 알 수 없는 해외 PF사업장 투자금을 현 시점에서 전부 손해액으로 추정해 이를 기준으로 산정한 배상금액을 우선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대신 이후 회수되는 신탁 투자금이 있는 경우 이미 지급한 배상액을 반영(공제)한 차액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조정했고 은행과 피해자들이 이를 따른 것이다.
26명의 손해배상비율은 20~38% 수준에서 결정됐다. 적합성 원칙 위반, 설명의무 위반, 부당권유 등 불완전판매 유형과 나이 등을 고려해 가감한 결과다. 가령 1억원을 투자했다가 이번에 30%의 손해배상비율이 책정된 투자자라면 현 시점에서 300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나중에 회수된 투자금 규모와 배상비율에 따라 회수금액이 늘어날 수 있다.
이번 조정은 손해액이 확정되지 않아 장기간 불완전판매 손해배상이 지체되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에 배상금을 미리 지급하도록 한 첫 사례다.
금감원은 지난 2015년 조사 때 불완전판매를 인정받았으나 보상을 받지 못한 투자자들도 이번 조정안을 바탕으로 손해배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나머지 투자자도 분쟁조정을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신속하게 피해를 구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