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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헌터라제 中日 공략 시동…제약업계 수출 선봉장

노희준 기자I 2021.02.24 16:14:57

헌터라제, 이달 초 中첫 출하...3000억 시장 독점 시동
국내 2배 일본 시장도 뇌실투여 제품으로 보험 등재중
혈액제제 1위 美시장, IVIG-SN 10% 허가 신청 예정

수출용 헌터라제 정맥투여(IV)형 이미지 (사진=녹십자)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희귀질환인 헌터증후군 치료제로 중국에서 첫번째 허가를 받은 GC녹십자(006280)의 헌터라제가 이달 초 중국 첫 출하를 마치며 대륙 독점에 시동을 걸었다. 뇌에 직접 주사하는 세계 최초 ‘뇌실투여형’(ICV) 헌터라제도 일본에서 보험 등재 절차에 들어가 국내 2배의 일본 시장 공략에도 발동이 걸렸다. 녹십자는 1분기 간판 제품인 혈액제제의 세계 최대 북미 시장 허가에도 도전한다.

24일 제약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녹십자는 이달 초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의 첫 중국 출하를 마쳤다. 헌터라제가 중국 현지 판매 파트너사인 캔브리지(CANBridge)에 넘어가 녹십자 매출로 잡히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헌터증후군은 체내 내 특정 효소(IDS) 결핍으로 골격 이상과 지능 저하 등이 나타나는 선천성 희귀질환이다. 10만~15만명 중 1명 비율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녹십자는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건부 허가를 받아 헌터라제를 출시, 현재 중남미 북아프라카 등 10개국에 수출 중이다. 헌터라제가 중국까지 진출하면 지난해 기준 467억원 규모(내수 208억원, 해외 259억원)의 매출이 크게 불어날 전망이다.

중국 헌터증후군 치료제 시장은 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회사는 중국 내 헌터증후군 환자를 3000~4000명으로, 약가를 국내 약가(인당 年 4억원)의 4분1 정도로 보수적으로 잡았다. 녹십자 관계자는 “중국 성마다 약가를 정하기 위한 보험 등재 절차를 밟고 있다”며 “상반기부터 등록이 순차적으로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판매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목할 점은 녹십자가 중국 헌터증후군 치료제 시장의 선도자라는 점이다. 여기에 희귀의약품은 희귀 · 난치성 질환을 고치는 질환 특성상 임상 진입 장벽이 높아 사실상 선도자가 독점에 가까운 이익을 누린다는 평이다. 환자 수가 적어 임상 자체가 쉽지 않아서다. 일본 다케다제약이 2006년 내놓은 ‘엘라프라제’가 세계 첫번째 헌터증후군 치료제인데, 중국에는 진출하지 않았다.

지난달 일본에서 세계 최초로 허가 받은 뇌실내 투여방식의 ‘헌터라제 ICV’도 시장 출시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녹십자 관계자는 “헌터라제 ICV 보험 등재 절차를 밟고 있다”며 “상반기 내 시장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헌터라제 ICV는 머리에 기기(디바이스)를 삽입해 약물을 뇌실에 직접 투여하는 치료제다. 기존 정맥주사(IV) 제형 약물이 뇌혈관장벽을 통과하지 못해 목표 지점(뇌실질조직)에 도달하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했다. 이 장점으로 중증형 헌터증후군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증 헌터증후군 환자는 전체 70% 수준으로 알려졌다. 일본 헌터라제 증후군 환자는 국내 환자(70~80명)의 2배 수준이다. 경쟁 약품인 엘라프라제(IV형) 가격이 국내 2배 수준인 것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일본 헌터증후군 시장은 국내 2배 이상으로 추정된다.

녹십자는 매출의 가장 큰 비중(25%)을 차지하는 혈액제제 사업에서도 올해 미국 정맥용 면역글로불린(IVIG) 시장 진출을 노린다. 녹십자 관계자는 “1분기 혈액분획제제 ‘IVIG-SN 10%’의 FDA 신약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혈액제제란 액체 성분의 혈장에서 항체 등 특정 단백질을 분리·정제한 의약품이다. 면역글로불린은 항체를 농축해 만든 의약품으로 면역결핍 치료제 등으로 사용한다. IVIG-SN 제품은 현재 브라질 등 30여개국에 수출돼 한해 1000억원대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IVIG 시장 규모는 67억 달러(7조5000억원)로 세계에서 가장 크다. 면역글로불린 미국 시장 가격은 국내보다 4배 크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트윈데믹(독감·코로나바이러스의 동시 유행)우려로 지난해 20% 이상 성장한 백신제제도 독감백신과 수두백신을 양축으로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특히 수두백신은 기존 수두백신을 업그레이드 한 수두II 백신(배리셀라주)이 세계보건기구의 사전적격성심사(WHO PQ)허가 검토를 받고 있다. 허가 획득시 국제조달시장에서의 입찰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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