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軍 경계 실패와 '직무유기'

김관용 기자I 2020.03.17 19:30: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군의 경계 실패 사건이 논란이다. 지난 16일 육군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방공부대는 나물을 캐러 산에 오른 50대 남성이 기지 내로 침입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진지 울타리 아래 땅을 파서 부대 내로 들어왔다고 한다. 부대는 이를 모르다가 1시간여 만에 그를 붙잡았다. 지난 7일에는 민간인 2명이 제주 해군기지의 철조망을 잘라 무단 침입했다. 당시 능동형 CCTV 기능은 작동하지 않아 경보음은 먹통이었다. ‘5분대기조’ 역시 침입 2시간 이후 늑장 출동했다. 올해 1월에도 70대 노인이 진해 해군기지에 아무런 제지 없이 들어가 1시간 30분가량 배회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해 우리 군은 북한 소형 목선 사태로 곤혹을 치렀다. 당시 정경두 국방장관은 다시는 경계태세에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군 기강 해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 장관은 17일 긴급 주요 지휘관 회의를 열고 “장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우리 군 장병들은 지금도 ‘코로나19’ 대응 현장에 투입돼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응원도 이어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경계작전은 군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다. 기본이 흔들림 없이 튼튼해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다. 게다가 최근 북한은 ‘합동타격훈련’을 잇달아 실시하며 군사적 움직임을 활발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 장관은 이날 지휘서신에서 지휘관을 비롯한 간부들이 직접 경계 작전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보면서 보완 요소를 찾아 선제 조치를 해야한다고 했다. 또 CCTV 감시병이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CCTV는 몇 대인지, 근무 교대조 편성과 근무 시간은 적절한지 파악해 개선하라고 했다. 현행 작전부대가 해야 할 당연한 임무다. 이런 것까지 국방장관이 일일이 알려줘야 할 정도로 우리 군의 수준이 추락한 것일까.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해 6월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소형 목선이 삼척항 부두에 접근하고 있는 폐쇄회로(CC)TV 영상 일부다. 당시 군 해안감시레이더 등이 이를 발견했지만 삼척항 부두에 접안할 때까지 군 당국은 이를 식별하지 못해 비판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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