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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충남)=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31일 충청남도 당진 대호만에서 10kg 가량의 의약품을 실은 드론(무인기)이 하늘로 떠올랐다. 그리고 약 5km 떨어진 대난지도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 드론이 대난지도에 도착해 물건을 내려준 후 다시 5km 떨어진 소난지도를 거쳐 대호만까지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20분 정도. 배로 배송할 경우 2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특히 이날은 강한 바람과 비가 내리는 등 기상상태가 양호하지 않았지만 드론으로 섬 주민들에게 물품을 전달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이날 직접 드론으로부터 택배를 받은 소난지도 오형운 새마을지도자는 “오래 살다보니 이런 날도 다 있다”며 “섬 지역이다보니 아무리 급한 택배도 화물선 시간에 맞춰서만 배달됐는데 이렇게 드론으로 받으니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택배를 받을 수 있게 되니 섬 주민들의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반색했다.
드론으로 택배를 주고받는 시대가 국내에서도 눈앞에 다가왔다. 정부는 섬이나 오지를 대상으로 드론으로 물품을 배달하는 드론배송 시험운영을 시작해 오는 2021년부터는 도심지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국가 주도로 드론배송 인프라 마련으로 4차산업혁명에서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드론산업 발전에 속도를 붙을 전망이다.
◇드론배송 위해 드론용 도로 만든다…도서·산간에 의약품·생필품 배달
행정안전부는 이날 우정사업본부·충남·전남·한국전자통신연구원·한국국토정보공사 등과 함께 지역밀착형 주소기반 드론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역밀착형 주소기반 드론 운영은 배송 인프라가 미흡한 도서나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도로명 주소 체계를 기반으로한 드론배송시스템을 구축하고 드론산업 육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드론은 지난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국제적 관심을 끌면서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성장산업으로 주목 받았다. 이에 세계 각 국이 제도 정비와 인프라 투자 등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드론택배는 국민들이 상용화를 원하는 미래서비스이기도 하다. 지난 5월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지능정보사회 이용자 패널조사 결과 로봇·드론에 의한 택배·배달서비스가 무인상점(70.3%)에 이어 가장 상용화를 원하는 미래 지능정보서비스로 꼽혔다.
이에 정부도 드론택배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에 팔을 걷어 붙였다. 우선 드론택배가 실질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배달점-거점-기지로 연결되는 이른바 `드론용 도로`를 구축한다. 드론용 도로는 물품이 최종적으로 도착하는 배달점과 반경 10km 이내 배달점 10~20곳을 묶인 거점, 거점 2~5곳을 묶어 하나의 기지에서 관리하게 된다. 드론용 도로는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부문에서 먼저 섬이나 산간 마을같이 배송이 어려운 오지로 의약품이나 생필품 같은 구호물품이나 공공서비스 관련 우편물을 배달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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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관련 규제·안정성 등 아직 해결 과제도 남아
드론 택배가 상용화하기 위해선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도 남아 있다. 일단 드론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현재는 택배용 드론이 비행할 때마다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불편이 있다. 배달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는 드론의 무게는 약 25kg이나 돼 국토부로부터 비행 허가를 얻어내야만 한다.
또 강한 비나 바람 같은 악천후 상황에서는 드론 비행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현재는 초속 10m 정도 바람에서는 운행이 가능하지만 그 이상의 강풍이 불면 비행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배송 비용이 높다는 것도 과제다. 드론 배송에 쓰이는 기체 가격이 5000만원 가량인데 도서지역의 우체국 서비스 비용이 약 150만원 들어 아직은 긴급한 상황이나 필수적인 상황에서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는 본격 상용화하는 2021년까지 시험 운영을 하며 관련 부처와 규제 해소에 나설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거점별로 10회 이상 시험 운항을 진행하고 월 2회 이상 물품을 탑재한 상태에서 시험 운영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시험 운영 동안 발생하는 문제를 보완해 상용화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드론 기체에 대한 안정성도 이 기간 동안 확보할 방침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관계자는 “산업부에서 연구개발(R&D) 예산을 받아 연구원에서 소프트웨어를 담당하고 네온테크라는 기업에서 기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시험 운영 기간 동안 기체 안정성을 확보하고 소재 국산화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기 여객선 없는 주민·안전 위협 받는 집배원에 도움”
이번 업무협약으로 드론 택배를 시험 운영하는 지역은 충남과 전남이다. 현재 충남에는 20곳, 전남에는 2곳의 배달점이 있는데 올해 안에 각각 30곳씩 추가로 설치하고 거점도 만들 계획이다. 이어 2022년까지 충남·전남·전주를 포함한 전국에 드론 배송 기지 10곳을 설치하고 활용도가 높아지면 중·장기적으로는 민간기업도 드론 배송 체계를 활용할 수 있게 개방할 방침이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박병호 전남부지사는 “전남은 전국 65%의 도서가 모여 있는 곳이고 전국적으로 시험 비행이 가장 넓은 권역을 가지고 있다”며 “드론 택배가 활용되면 정기 여객선 3883명의 주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송정수 우정사업본부 우편사업단장도 “전국 2만여명의 집배원이 등기·우편 배달하는데 눈이 오거나 비가 오면 안전이 늘 문제였다”며 “특히 도서나 산간은 배달 환경이 열악한데 드론 배달 서비스가 발전하면 안전 문제와 서비스의 안정성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종인 행안부 차관은 “물류 인프라가 취약한 섬 지역 등 오지에 드론배송 인프라를 구축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드론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도록 육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