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석 중재안 놓고 여당 “수용 못해” vs 야당 “마지노선”
6일 회동 후 여야 접촉도 없어… 15일부터 예비후보 등록
19대 국회처럼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 획정안 유력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를 하루 남겨두고 있지만,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안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예비후보 등록일이 15일로 다가왔으나, 여야는 아직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원유철 원내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종걸 원내대표들이 참여하는 2+2 회동을 가졌지만 30분 만에 협상이 결렬됐다.
앞서 정의화 국회의장 중재로 여야 지도부가 만나 의원정수는 300석을 유지하되, 헌법재판소의 인구편차 2:1 허용 결정에 따라 줄어드는 농어촌 지역구를 살리기 위해 비례대표(현행 54석)를 7석 줄여 지역구수(현행 246석)를 늘리기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줄어드는 비례대표 수만큼 표의 평등성을 강화하고 사표를 방지하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야당은 보완책으로 이병석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 중재안으로 제시한 균형의석제(Balance Seat) 도입을 제안했다. 균형의석제는 표의 등가성 확보를 위해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50% 적용한 방안으로 정당득표율에 따른 의석수의 최소 과반을 보장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A정당이 10% 정당득표를 하고 지역구에서 10석을 얻을 경우 추가로 20석을 비례대표로 보장(300석의 10%인 30석에서 지역구를 제외한 의석수)해줘야 하는데 반해 균형의석제는 5석(30석의 절반인 15석에서 지역구를 제외한 의석수)만 비례대표로 추가해주면 된다. 여당이 이 중재안을 받을 수 없다고 하자, 앉자마자 바로 협상이 결렬된 것이다.
◇야당 “여당은 부당하게 챙겨온 공짜 의석 미련 버려야”… 비례성 강화는 시대적 요청 = 그 후 여야 간에 접촉이 전혀 없는 상태다. 정개특위 간사들도 만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 가면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9일은 고사하고 15일까지도 선거구 획정이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이달말까지도 획정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아예 선거구가 사라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그런데도 여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당은 과반 의석이 무너질 수 있는 균형의석제는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다. 지역구·비례대표 동시 입후보가 가능한 석패율제를 도입하고 균형의석제는 논의기구를 만들어 필요성 여부를 검토해 보자는 게 양보할 수 있는 선이다.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은 “대통령 중심제하에서 과반의석을, 선거도 아니고 제도를 바꿔서 넘어뜨리는 제도를 받을 수 없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는 나라가 없다. 선거결과가 비등하다고 치자. (이병석 중재안을 적용하면) 과반이 그냥 넘어가는데, 그것 말이 안되는 거다. 제1야당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여권 야권 전체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비례대표 의석 현행 유지라는 당론조차도 바꿨다며 더 이상 양보는 없다는 방침이다. 중재안은 권역별이 아닌 전국을 중심으로 한 연동형 비례대표로써 비례대표 7석을 줄이는 것으로 인해 훼손되는 비례성을 조금 보완하는 제도로 그동안 여당은 기형적 제도 덕분에 공짜 의석을 많이 챙겨왔는데, 이제 이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그동안 부당하게 챙겨온 공짜 의석, 과반수 기득권 보장, 지역패권 승자독식형 선거제도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비례성 강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라며 “향후 선거법 협상에서 새누리당의 정략적인 선거구 획정방안에 타협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여당, 석패율제에 도시지역 분구 최소화 제안… 정의화 “여당 과하다”고 질타 =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면 방법은 현행대로 내년 총선을 치르는 것 밖에 없다. 의원정수 300석에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대로 선거구를 획정하는 방안으로, 10석을 전후한 농어촌 지역구 감소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인구 상하한선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도시지역 분구를 줄여 농어촌 지역구 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그것도 3-4석 수준이다.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이 의원은 “(상대방이 못 받겠다고 하면 대안을 갖고) 협상해야 한다. 석패율제 도입하고 도시지역 분구 줄여서 농어촌 지역구 보완해주는 것이 (남아 있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야당도 여당 태도에 변화가 없으면 현행대로 내년 총선 선거구를 획정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8일 원 원내대표와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와 면담하던 도중, 선거구 획정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새누리당이 좀 과하다. 새누리당이 내년 4월에 선거를 원만히 치르기 위해 가장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본다”고 질타했다.
정 의장은 “새누리당이 거대 여당으로서 형님인데 형님이 너무 자기 당의 이익, 당리에 너무 치우친 게 아니냐. 전체적으로 맏형이 그렇게 주장하면 (협상) 성사가 어렵다”면서 “만약 성사가 안 돼 김무성 대표가 주장하는 (지역구) 246석의 현재 방법으로 가면 일대 혼란이 일어나고 그로써 쓰나미가 생길 수 있으니 여러분이 정말 깊이 성찰해야 될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정 의장은 이어 “12월 15일까진 (선거구획정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제가 (중재안을 낸) 이병석 정치개혁특별위원장에게도 새누리당 최고위원들을 만나 안을 제시하고 거기서 문제되는 것을 갖고 새로운 안을 만들어 야당에 제시해 결론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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