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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 "금(金), 인플레·위험자산 헤지 역할 못한다"

이정훈 기자I 2021.03.11 22:35:00

쾨스트리치 포트폴리오 매니저 "금 헤지 기능 상실"
"달러 일부 헤지…인플레·위험자산엔 제 역할 못해"
"달러값 하락만 아니라면 금 비중 더 줄일 수 있어"
"경기 회복 더 가속화할 경우 금에 더 큰 역풍 우려"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전통적인 안전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수단으로 인정 받아왔던 금(金)이 제 역할을 못해내고 있다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비판하고 나섰다.

금 가격이 하락하면서 금ETF에서도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블룸버그)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블랙록에서 대표적인 상품인 `글로벌 앨로케이션 펀드`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러스 쾨스트리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금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는 물론이고 주식과 같은 다른 자산 가치 하락에 대한 헤지에도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대규모 재정부양책과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로 경기 회복세가 지금보다 더 빨라질 경우 금은 더 큰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이날 쾨스트리치 매니저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금은 주식(가격 하락)을 헤지하는데 실패하고 있다”면서 “금은 주식과 오히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특히 테크주(株)와 비교할 때 그런 경향이 더 강하다”고 지적했다. 또 “인플레이션을 헤지하는 금의 능력은 오히려 다소 과장돼 있기까지 하다”며 “금은 장기적으로 합리적인 가치 저장의 수단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자산군들과 비교해 보면 덜 신뢰할 만한 자산이라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실제 올 들어 금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부터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그로 인해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의 신뢰를 잃고 있다.

쾨스트리치 매니저는 “금에 대해서 일정 부분 헤지가 가능한 것을 빼면 주식이나 인플레에 대해 금은 헤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달러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만 없다면 개인적으로는 금 비중을 더 줄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투자자들은 헤지 수단으로서 현금이라는 하나의 단어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현물 금값은 현재 온스당 1735달러 수준으로, 올 들어서만 지금까지 8% 이상 하락 중이다. 반면 미 달러화 가치는 올 들어 1.8% 뛰었고, 뉴욕증시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 가까이 상승했다.

쾨스트리치 매니저는 “더 많은 재정부양과 백신 보급 확대가 있다면 경제가 더 크게 회복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역사적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던 실질금리는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고 그렇다면 금은 지금보다도 더 큰 역풍을 맞게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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