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 이마트·이랜드…20년 만에 다시 맺은 인연

함지현 기자I 2020.07.16 17:58:44

2000년대 초 ''뉴코아'' 연결고리로 성장 기반 닦아
이마트, 은평점 건물 매입·이랜드, 뉴코아 인수로 유통 강화
신촌서 한 건물 쓰게 된 양사, 시너지 효과 기대

이마트 신촌점이 입점한 서울시 마포구 그랜드플라자 건물 모습. 이랜드의 브랜드인 슈펜과 스파오 등도 눈에 띈다. (사진=이마트)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이마트가 신촌에 위치한 옛 그랜드마트 입지에 새롭게 점포를 내면서 지난 2015년부터 이곳에서 복합관을 운영하는 이랜드와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두 회사가 이처럼 양측의 주요 점포로 ‘한 지붕 두 가족’을 꾸리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약 20년 전 본의 아니게 인연을 맺었던 사연이 있어 궁금증을 자아낸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약 20년 전 두 회사의 연결고리는 한때 재계 30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유통업계 기린아’로 불렸던 뉴코아그룹이다.

지난 2001년 신세계는 뉴코아그룹이 백화점 건물로 짓던 건물을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가격인 240억원에 매입했다. 뉴코아그룹이 무리한 사세 확장과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등으로 경영난을 겪다 부도 신청을 하면서 매물로 나온 건물이었다.

그때만 해도 부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세운 뒤 입점하는 게 보통의 절차였다. 하지만 신세계는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리모델링 과정만 거친 뒤 마트를 열었다. 이렇게 차린 곳이 바로 이마트 39호점인 은평점이다.

이마트 은평점은 백화점 건물로 세워진 만큼 층당 면적이 상대적으로 좁은 편이다. 그럼에도 좋은 입지와 40대 이상 고객층을 앞세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마트 전국 점포 중 매출 1위를 유지해왔다. 지금도 이마트 은평점은 죽전, 성수 등과 함께 톱3 안에 드는 알짜 매장으로 꼽힌다. 당시의 결정이 실속있는 결과로 나타난 셈이다.

이마트가 은평점 건물을 인수한 후 2년 뒤인 2003년 구조조정 수순을 밟던 뉴코아는 이랜드그룹에 인수된다. 그러면서 뉴코아라는 회사는 사라졌지만 뉴코아는 아울렛 등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랜드의 뉴코아 인수는 가장 성공적인 인수합병(M&A) 사례로 꼽힌다. 뉴코아로부터 이어져 온 이랜드리테일은 2001아울렛, NC백화점 등 다양한 매장을 영위하고 있으며 매출액도 두 배 이상인 2조원대로 몸집을 키웠다.

두 회사가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묘한 인연을 시작으로 서로의 성장 기반을 닦은 셈이다.

이마트 은평점(사진=이데일리DB)
그로부터 약 20년이 흐른 현재 두 회사는 한 공간에서 마주치게 됐다. 이랜드가 2015년부터 패션·외식 복합관을 운영하던 그랜드플라자 건물 지하에 이마트가 ‘신촌점’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출점 검토단계부터 이랜드를 포함한 기존 점포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했다. 이랜드는 이곳에서 슈펜과 스파오 등 주요 패션브랜드와 로운, 피자몰, 자연별곡 등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이마트는 그로서리(식료품점)에 좀 더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특히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등 대학가가 몰려 있는 신촌 상권은 20~30대 인구 비중이 40%로 서울시 평균보다 9%포인트 높다. 가구당 인구수는 1.9명으로 1~2인 가구가 많다. 이마트는 이를 고려해 소단량 그로서리를 강화, 식품매장 비중을 83%까지 늘렸다.

이랜드 역시 신촌 상권에 그동안 없었던 대형마트가 입점하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더 많은 고객의 유입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 곳에 위치한 슈펜과 스파오 등은 전국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효자 점포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막 두 회사가 공존하게 된 만큼 성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서로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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