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부가 민법개정위원회를 통해 마련한 이번 개정안은 지난 1월 국무회의를 통과해 현재 국회 심의 절차를 밟고 있다. 연내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한다.
앞서 민법 전면 개정 시도가 두 차례 있었으나 최종 입법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재산관계를 규율하는 분야(총칙·물권·채권)에 관련해서는 70여년 동안 개편이 이뤄지지 않았던 터라 이번 개정 절차에 법조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관 출신으로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 검토위원장을 맡아 개정 작업을 주도해온 김 교수는 “1960년 시행 이후 66년이 흐른 대한민국 민법의 현대화는 시대사적 과제”라며 “일본을 통해 서구법을 계수했다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개정안은 국제적 흐름과의 정합성을 맞추는 작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독일과 프랑스, 일본 등 주요국이 이미 2000년대 들어 채권법 등 민법 개정을 단행해온 상황에서 한국 역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법체계를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이른바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 개념을 반영한 ‘부당한 간섭에 의한 의사표시’(제110조의2) 조항이 신설된 점이 주목된다. 심리적 의존 상태나 긴밀한 신뢰 관계를 이용해 부당한 간섭을 받은 경우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이는 종교 지도자와 신도처럼 심리적으로 상대에게 강하게 의존한 관계에서 나온 의사결정에 법적 규제 수단을 부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 교수는 “영미법의 ‘부당위압’ 법리를 도입한 것”이라며 “현행법 안에서는 이런 관계에서도 의사표시가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이뤄질 경우 취소할 근거가 없었으나 개정안에 따르면 사기·강박·착오가 없는 경우에도 취소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의 또 다른 특징은 그동안 판례와 학설 중심으로 형성돼 온 법리를 민법 체계 안으로 편입하려 하려는 데 있다. △계약 해석 △사정변경 원칙 △대리권 남용 △위약벌 등 실무상 중요하지만 명문 규정이 부족했던 영역들을 조문화해 판례에 의존해 법리를 보다 명확한 실정법 체계 안에서 정비하겠단 취지다.
김 교수는 “학설로만 논의됐던 부분들이 명문화되면 근거 탐색이나 요건 설정에 관한 논의에서 벗어나 규정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한 심층적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라며 “소송대리인은 조문에 맞게 주장을 하고 법관도 조문의 해석을 적용해 더 자신감을 갖고 판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법 개정 작업은 1단계 계약법을 시작으로 2단계 담보법, 3단계 물권변동 및 채권양도·시효 제도 등 단계별 로드맵에 따라 순차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김 교수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특별법으로 대응하는 건 법의 일관성 또는 보편성의 원리에 배치된다”며 “민법이라는 기본 체계를 견고히 하는 것이 정의의 원리에 부합하게 사회가 작동하도록 하는 것”라고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