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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 앞 A 상가. 불과 두세 달 전까지만 해도 이곳 1층 점포에는 50대 부부가 운영한 한 식료품 가게가 있었다.
그런데 한 달을 채 버티지 못했다. 각종 해산물은 물론 과일도 함께 팔았는데, 문제는 잠재적인 경쟁자들을 이길 경쟁력이 전무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거리 바로 옆에 생선 등을 내놓는 등 청결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서비스 마인드도 없다시피 했다. 40대 한 주부는 “대형마트가 바로 옆에 있는데 그 가게를 들를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그 점포에는 무인 인형뽑기방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옆 점포라고 다르지 않다. 최근 1~2년새 간판만 바꿔 단 커피가게가 세 곳이나 됐다. 그 옆 프랜차이즈 치킨가게 역시 문을 연지 두 달이 채 안 됐다. 상가 내에서 그나마 몇 년째 편의점을 하고 있는 60대 주인 K씨는 “결국 경쟁이 너무 치열하기 때문 아니겠냐”고 씁쓸해했다.
◇고령층 취업 증가 ‘씁쓸한 이면’
A 상가의 모습은 영세한 우리나라 자영업의 현주소를 압축하고 있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취업자 수 중 60대 이상의 비중은 15.9%였다. 고령층 취업은 최근 계속 늘고 있다. 지난 2012년 12.6%였고, 이후 13.1%→13.6%→14.1%→14.8%를 기록했다.
그런데 고령층 취업이 느는 게 마냥 긍정적인 건 아니다. 박승호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노후소득을 확보하지 못한 고령층이 취업시장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9.6%다. OECD 평균(12.6%)의 무려 네 배에 달한다.
이들이 눈을 돌리는 곳이 바로 자영업이다. 올해 상반기 60대 이상 취업자 중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33.1%에 달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비중도 5.3%였다. 고령층 취업 10명 중 4명은 자영업이고, 이 중 3명은 사람을 쓰지 않을 정도로 영세하다는 의미다. 경제적인 생산성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다.
이는 우리나라가 유독 심하다. 2014년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은 26.8%. 터키(34.0%) 멕시코(32.1%) 그리스(35.4%) 등을 제외하면 우리나라가 가장 높다. OECD 평균은 15.4%에 불과하다.
A 상가처럼 경쟁력이 떨어지다보니 창업과 폐업도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 8월 실내장식업 개인사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9.19%나 급증한 게 그 방증이다.
문제는 이런 고령의 ‘나홀로 사장님들’이 우리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잠재성장률이 2%대로 추락한 것도 노동 생산성 둔화가 가장 큰 요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노동 생산성이 낮은 영세 서비스업으로 노동력이 이동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취약한 업체 보호는 대안 아냐”
해결책은 있을까.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실성에 대한 논란은 있을 것”이라면서도 “(생계형이 아니라) 최대한 고수익 창업으로 끌어올리도록 유도해야 한다. 창업 교육과 직업 훈련을 강화하고 적합한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방향으로 어떻게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정책은 취약한 기업에 대한 보호가 아니라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는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조언햇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다만 문재인정부가 영세 업체의 임금 일부를 보전하겠다는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이 더 많았다. 이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분을 세금으로 보전하는 건 지속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못박았다.
정부가 세금을 통해 근로자 임금을 사업주 계좌로 입금하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