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종전 최대였던 전분당(물엿·과당) 담합(10조 1520억원)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준으로 밀가루 담합(5조 9913억원), 호남고속철도 입찰 담합(약 3조 5900억원), 설탕 담합(3조 2715억원) 등에 비해서도 최대 9배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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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유가 담합 사건은 정유사가 원유를 매입해 소비자에게 팔기까지의 가격결정 구조 자체가 담합에 취약하게 설계돼 있었단 점이 드러난 결과인 만큼 향후 국내 정유업계 미칠 파장도 클 전망이다.
나희석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는 “정유사가 일방적으로 입금가를 통보하고 사후 정산 때도 일방적으로 확정가를 정한다”며 “거래의 양 당사자 중 한쪽이 끝까지 가격을 모르는 비상식적 구조”라고 지적했다.
“전쟁 나면 정유사만 돈 번다”... 데이터가 부른 의심
검찰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정유사들이 회사별로 1조원 넘게 벌어들인 회계 자료를 주목하면서 수사의 물꼬를 텄다. 러·우 전쟁 당시에는 국내 입금가가 1주일 가량 변동이 없다가 2주 후에야 국제가를 반영하는 패턴을 보였다. 반면 미·이란 전쟁 발발 직후엔 첫 영업일부터 4개사가 약속한 것처럼 같은 수준으로 가격을 올린 점에 주목했다. 한국석유공사 측도 “국제가를 이렇게 즉각 반영한 전례가 없어 비정상적”이란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상 신호는 15년 전에도 발생했다. 2013년 대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린 ‘액화석유가스(LPG) 담합’ 사건에서도 수입 2개사가 담합하고 나머지 정유사들이 이를 뒤따르는 구조가 있었다. 검찰은 “당시 판결문에 나온 병행행위 법리가 이번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SK에너지(1610건)·GS칼텍스(1178건)·에쓰오일(1802건)은 자영주유소와 맺은 계약에서 혼합구매를 단 한 건도 허용하지 않았다.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 시정명령과 2013년 대법원 확정판결로 ‘주유소 의사에 반하는 전량구매계약은 위법’이라는 결론이 났음에도 15년째 사실상 같은 관행이 이어진 셈이다.
공정위 현장조사 정보의 유출 정황도 또 다른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는 조사 착수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사내 메신저와 자료를 조직적으로 삭제했다. 검찰은 “일부 로펌이 포렌식 자료 추출 과정에 개입해 문제가 될 만한 메시지를 임의로 제외하려 한 정황까지 포착했다”며 “해당 변호사에 대해 형사처벌 대신 경고 조치했지만 다음 사건부터 이런 정황이 확인되면 해당 로펌도 압수수색하겠다”고 경고했다.
최고가격제로 손해 봤다는 정유사... 국민 세금 4조2000억 요구
파장은 확산할 전망이다. 지난 3월 13일부터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와 관련해 4조 2000억원 규모의 정부 손실보상 재원을 두고 2차전이 예고돼 있다.
정유사들은 싱가포르 국제제품가(몹스)에 운임 프리미엄과 관세 등을 더한 자체 원가 개념을 근거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검찰은 이를 ‘담합 방어 논리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자체 분석한 결과 몹스 가격이 큰 폭으로 내려도 국내 가격은 동결되거나 오히려 오른 사례가 다수 확인됐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에도 정유사들은 휘발유·경유·등유 전 품목에서 이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 부장검사는 “최고가격제를 적용하고도 정유사가 누렸던 이익까지 전부 보상받겠다면 최고가격제를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해놓고 나중에 국민 혈세에서 보상받는 거나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전쟁 발발 직후 일주일간 소비자가 부담한 가격 상승분에 대한 개별 보상은 현재로선 제도적 공백 상태다. 현재로서는 과거 밀가루 담합사건처럼 로펌 주도의 집단소송을 활성화하고 수사기관 자료 제공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과도기적 방안이 최선으로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