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순원 고준혁 기자] 국내 중소형 보험사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좀처럼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재무건전성이 악화된데다 새 회계제도나 깐깐한 대주주 심사란 걸림돌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9일 투자은행(IB)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MG손해보험은 대주주의 자본확충을 추진하는 가운데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MG손보는 3월 말 현재 건전성 지표인 지급 여력(RBC) 비율이 100% 미만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RBC비율이 150%를 밑돌면 당국의 자본확충 권고를 받는데 그만큼 재무상태가 좋지 않다는 뜻이다. 대주주인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유상증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지원가능성도 불확실해 M&A마저 어렵다면 독자생존마저 장담하기 어려운 터다.
IB업계 관계자는 “MG손보 잠재 후보인 국내 지주사들이 채용비리로 내부가 어수선하고 사모펀드(PEF)도 깐깐한 대주주적격성 심사 등을 고려하면 M&A가 쉽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KDB생명은 2014년 이후 서너 차례 매각을 진행했다가 불발돼 궁여지책으로 선 정상화 후 M&A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은 지난해 12월 기준 100%를 간신히 넘긴 수준이다. KDB생명은 올 초 대주주인 산업은행으로부터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무리 짓고, 해외 투자자를 중심으로 추가 자본확충에 나섰다. 최근에는 새 사장을 뽑고 흐트러진 영업망 재건 작업에 돌입했다. 일단 내부적으로 체력을 기른 후 오는 2020년께 M&A를 추진하려는 계획이다.
롯데손해보험도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매물로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는데 그룹 총수의 부재상황이라 당분간 M&A가 어려울 전망이다.
중소형 보험사의 M&A가 쉽지 않은 이유는 저금리 속 경쟁격화 상황에서 매물로서 매력이 떨어졌고 정부의 규제강화 같은 악재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2021년 도입예정인 국제회계기준(IFRS17)은 과거 보험사들이 판 고금리 저축성보험에 대해 더 강해진 기준으로 부채를 쌓도록 해 부채 규모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보험사로서는 자본확충 부담이 커진다. 문재인 정부가 보험업계의 규제를 강화하는 분위기인데가가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한층 까다로워져 인수자들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다. M&A업계에서 영향력이 커진 PEF도 금융권 M&A의 경우 주저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의 심사를 넘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SK증권이나 하이투자증권 같은 매물도 매각이 확정됐다가 금융당국의 심사문턱에 걸려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저금리나 경쟁격화 같은 보험업계 상황이나 새 회계제도를 고려하면 매각가격이 떨어져야 M&A가 수월해지는데 가격 측면에서도 매수인의 예상을 웃도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나마 KB금융과 신한금융 등 대형 금융지주사가 보험사 인수에 대한 의지를 밝히면서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 분석이다. 채용비리 같은 내부 문제가 불거지면서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데다가 규모가 작은 보험사를 합병해도 실적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학습효과도 있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현재 매물로 나온 ING생명을 제외하면 중소형 보험사들을 선뜻 사려는 곳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독자생존을 모색하던가 가격을 확 낮추지 않으면 M&A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