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남는 티켓 파세요, 표 삽니다. 표”. 2일 낮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로비 입구. 지난해 10월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22)의 귀국 후 첫 고국 무대를 앞두고 진풍경이 펼쳐졌다.
공연 개막 30분 전. 유럽 축구 경기장이나 프로야구 잠실구장 매표소에서 볼법한 암표상이 이례적으로 클래식 전용 공연장에 등장한 것. 4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은 로비 앞에 서서 입구로 들어서는 사람들을 향해 “남는 티켓 파세요”라며 호객행위를 벌이고 있었다.
기자가 다가서자 이 남성은 “남는 티켓 있으면 파세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남성은 “이미 매진돼서 남는 표라도 구입하려고 직접 공연장을 찾았다. 딸과 가족들이 커피숍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미처 동행자가 오지 못하거나, 변심 또는 갑자기 일이 생겨 공연을 보지 못하는 일부 관객의 표를 싸게 구입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연장에 나선 관객에 되파는 식의 암표 행위다. 야구장이나 축구장, 아이돌 콘서트 현장에서나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다.
|
이날 공연 역시 일찌감치 매진됐다. 당초 오후 8시 공연만 예정돼 있었으나 50분만에 2500석 전석이 모두 팔려나가자 오후 2시 공연을 추가했다. 낮 공연 역시 35분 만에 동나면서 이례적으로 암표상이 등장한 것이란 분석이다.
보통 때면 한산해야 할 이곳은 조성진의 쇼팽을 듣기 위한 인파로 붐볐다. 주변에는 평소 보지 못했던 경찰과 예술의전당 측 경호원들이 눈에 띄었다. 예술의전당에서 가까운 지하철인 남부터미널은 물론 마을버스 역시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예술의전당 음악당 공연들은 티켓 값이 비싼 터라 40~60대 관객층이 많은 반면 이날 만큼은 젊은 층도 많았다. 학생부터 20~30대 직장인, 언뜻 봐도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아보였다.
회사원 양윤경(가명·36)씨는 “사실 클래식을 잘 모르는데 한국인 처음으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했다는 뉴스를 본 뒤 관심을 갖게 됐다”며 “콩쿠르 영상을 찾아봤는데 연주에 몰입한 모습에 반해 이번 공연까지 찾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강효진(가명·32)씨는 휴가를 내고 공연장을 찾았다고 했다. 강 씨는 “음반도 구입해 들었다. 이후 열렬 팬이 됐다”며 “우승 후 첫 무대라 직접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공연장을 찾았다”고 귀띔했다.
조성진이 한국을 찾은 건 1년 만이자 콩쿠르 우승 이후 3개월여 만에 첫 고국 무대다. 이날 낮 2시 공연에서는 콩쿠르 우승자다운 면모를 선보였다. 쇼팽 녹턴 13번, 쇼팽 환상곡, 쇼팽의 영웅 폴로네이즈 등 콩쿠르에서 호평을 받은 곡들로 2500명의 관객을 압도, 놀라운 집중력으로 성공적인 개막 무대를 치렀다. 오후 8시 공연은 다른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조성진은 결선에서 연주한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들려준다. 역시 2~6위 입상자가 함께 하며, 야체크 카스프치크가 이끌고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힘을 보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