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4·13 총선을 앞두고 야권재편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손학규 전 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달 전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를 지켰던 손 전 대표가 25일 전남 강진을 나와 러시아 모스크바로 출국했다. 모스크바 극동문제연구소 초청으로 출국한 손 전 대표는 오는 31일까지 머물며 한반도 문제와 러시아의 관계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손 전 대표는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4차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만만치가 않다. 동아시아의 미래에서 한국의 미래를 보기 위해 나가는 것”이라며 “러시아의 역할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에서 러시아를 찾게 됐다”고 밝혔다.
해외 강연은 지난해 10월말 카자흐스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미 3~4개월 전에 극동문제연구소로부터 초청 받았다고 하지만, 정계를 은퇴하고 강진에 칩거한 손 전 대표가 한반도 문제를 주제로 한 강연에 나서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이날 손 전 대표는 출국에 앞서 “정치를 떠나 있으면서 과연 나도 내가 정치에 있을 때 국민들의 눈으로 봤을 때 (내가) 나라를 위해서 제대로 일을 했나, 정치를 했나 이런 반성이 든다”고 말했다. 4월 총선을 앞두고도 선거구 획정안과 쟁점법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는 정치권을 향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라’는 뼈 있는 한마디를 던진 것이다.
야권에서 ‘손학규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변화를 위해 정계에 복귀할 수 있다는 암시일 수도 있다. 이날도 손 전 대표는 귀국 후 행보에 대해, “다시 강진에 가야지”라며 정치재개에 거리를 뒀다.
그러나 이번 모스크바행에 더민주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한 정장선 전 의원이 동행했다. 현재 정 전 의원은 선대위 총선기획단장으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모두와 거리를 둬 온 손 전 대표가 한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손 전 대표 측근은 “정 전 의원이 러시아와 몽골에 인적 네트워크가 강해 동행했을 뿐 별 다른 의미는 없다”며 “선대위 위원을 맡을 당시, 정 전 의원이 김종인 선대위원장에게 양해를 구했던 일정”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손 전 대표 주변에서는 친노 패권주의가 강화된 더민주보다는 국민의당에 정서적 유대감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만약 정계에 복귀한다면 더민주에서는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는 반면, 국민의당에서는 여건만 맞으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손 전 대표 본인은 아직 정계복귀 의사가 없는 상태다.
다른 측근은 “더민주 일부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손 전 대표를 거론하지만, 이는 비주류 일부의 의견일 뿐, 친노는 바라는 상황이 아니다”며 “국민의당으로 결집하는 야권 원로와 안철수 의원 등이 손 전 대표를 만나 지원을 요청하면 총선 승리와 야권 대통합을 위해 결단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정치 재개로 기운 정 전 장관은 총선출마 공식화 시점을 저울질이다. 야권 신당세력이 통합되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해온 정 전 장관은 빠르면 설 명절 전에 총선 출마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내달 2일 국민의당 중앙당 창당 전에 내놓을 수도 있다.
현재 정 전 장관은 국민의당 합류나 제3지대에 잔류하며 야권통합에 기여하는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장관과 가까운 한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전주에 출마할 뜻이 있다. 기본적으로 더민주쪽으로는 가지 않고 무소속 아니면 국민의당과 함께 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정 전 장관이 함께하면 총선승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합류 여건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중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당대표를 역임한 정 전 장관 입장에서는 당직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전북지역 선거를 정 전 장관이 실질적으로 이끌어 갈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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