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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불확실성에 금 몰리는 런던…보관량 1만t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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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I 2026.10.15 14:3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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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금고에 9821t 보관…1년 새 11% 증가
네덜란드, 북미 보관 금 86t 런던으로 이전
중앙은행 금 보유 확대…실물 금 거래 중심지 부상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과 지정학적 불안 속에 세계 금 거래의 중심지인 영국 런던으로 금이 몰리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미국 밖으로 금 보관처를 분산하고, 금융기관들이 미국으로 옮겼던 금을 다시 런던으로 가져오면서 현지 금고의 보관량이 1만t에 육박했다.

부산 중구 부산근현대역사관 본관 금고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무인금고 투어'에서 관람객이 금괴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부산 중구 부산근현대역사관 본관 금고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무인금고 투어'에서 관람객이 금괴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런던의 금 보관량은 지난달 말 기준 9821t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8841t보다 약 11.1% 증가한 규모다. 보관된 금의 가치는 약 1조 3000억달러(약 1750조원)에 달한다.

런던으로 금이 이동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네덜란드 중앙은행이다. 네덜란드 중앙은행은 지난달 미국 뉴욕과 캐나다 오타와에 보관하던 금 약 86t을 런던으로 이전했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뉴욕 보관분은 약 78t이다.

네덜란드 중앙은행은 지정학적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위기 등에 대비해 금을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보관 장소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 금고에 보관된 금은 국제 거래 기준을 충족해 위기 상황에서도 쉽게 거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이전으로 네덜란드 중앙은행의 전체 금 보유량에서 런던 보관 비중은 기존 18.1%에서 32.1%로 높아졌다. 뉴욕과 오타와의 비중은 각각 18.5%로 낮아졌다.

실제 이전 작업에서는 금괴를 직접 운반하는 방식과 매각 후 재매입하는 방식을 병행했다. 네덜란드 중앙은행은 뉴욕에서 약 59t을 매각하고 런던에서 같은 규모의 금을 다시 매입했다. 나머지 약 27t은 북미에서 네덜란드로 운송하고, 네덜란드에 있던 국제 거래 규격의 금을 런던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FT는 이러한 흐름을 ‘트럼프 효과’로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이 각국 중앙은행의 자산 보관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이 러시아의 해외자산을 동결한 것도 각국이 금 보관 장소를 재검토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금은 미국 국채와 함께 중앙은행의 주요 준비자산으로 활용된다. 최근에는 지정학적 위험과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해 금 보유를 늘리거나 보관 지역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기관들의 움직임도 런던 금시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금 수입 관세 부과 가능성을 우려해 금을 뉴욕으로 옮겼던 은행과 헤지펀드들이 다시 런던으로 금을 들여오고 있다.

런던이 금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단순한 보관 기능에 그치지 않는다. 영란은행이나 HSBC, JP모건 등의 금고에 보관된 금은 실제 금괴를 옮기지 않고도 소유권 이전만으로 거래할 수 있다. 중앙은행은 이를 활용해 필요할 때 금을 매각하거나 대여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런던이 세계 장외 실물 금 거래의 중심지로 자리 잡은 배경이다. 미국 뉴욕은 코멕스(COMEX) 거래소를 중심으로 금 선물과 파생상품 시장에서 강점을 갖고 있지만, 실물 금 거래에서는 런던의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

다만 모든 중앙은행이 미국에서 금을 빼내는 것은 아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금 보유량의 약 3분의 1을 뉴욕에 보관하고 있다. 독일 내부에서 금을 본국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지만, 요아힘 나겔 분데스방크 총재는 미국에 보관한 금의 안전성에 의문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아시아 금융 중심지들도 금시장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올해 금 거래를 위한 은행 간 청산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며 홍콩과 경쟁하고 있다. 금을 기반으로 발행하는 디지털 토큰도 장기적으로 기존 금 거래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FT는 런던이 이러한 경쟁에도 오랜 보관 신뢰와 거래 인프라를 바탕으로 실물 금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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